12월 결산법인 주총 특징은..
- LG전자 구본준 부회장ㆍ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대표이사에 선임
- 하이닉스, 이달곤 前 행정안전부 장관.. 현대차, 오세빈 前 서울고법원장 사외이사 영입
- 중공업ㆍ백화점 반대로 현대상선 우선주 발행 확대 무산.. 현대그룹 경영권 흔들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30일까지 총 1683개사 중 1436개사가 주총을 개최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오너 일가를 경영전면에 내세웠다. 고위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열풍도 여전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주총 여파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오너 책임경영 체재 강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SK㈜ 최재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주요 대기업 오너 일가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 전면에 공식적으로 나섰다. 이로써 오너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LG전자는 지난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어 이사회를 열어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구본준호(號)’로의 체제 전환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스마트폰 대응 실패로 인해 흔들리던 LG전자를 구원하기 위해 구본준 부회장이 사령탑에 오른 지 6개월 만이다. 이 후 독한 DNA를 내세우며 예상보다 빠르게 LG전자를 정상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18일 열린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삼성가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대표이사 직을 맡게 됐다. 삼성가 여성으로는 처음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인천공항에 루이비통 유치, 롯데가 독식하던 김포공항 면세점의 A구역 운영권 획득 등 호텔신라의 공격적인 신규사업을 진두
지휘했다.
SK그룹도 지난 11일 열린 주총에서 오너 일가를 경영 일선에 전진배치시켰다. SK네트웍스는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을 3년 임기의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SK㈜와 자회사인 SK텔레콤, SK네트웍스의 등기이사를 함께 하게 됐다.
또 SK는 같은날 열린 SK㈜와 SK이노베이션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최태원 회장을 3년 임기의 등기이사로 재선임했다. SK케미칼 자회사인 SK가스도 지난달 25일 열린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지주회사와 주요 자회사의 등기이사 자리를 모두 오너 일가가 차지하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했다. 김억조 사장은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현대차 사내이사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양승석 사장, 김억조 사장 등 4명으로 재편됐다. 롯데쇼핑은 그룹 창업주이자 올해로 90세를 맞이한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기이사에 재선임했다.
◇사외이사 고위관료 출신 열풍= 사외이사에 고위관료 출신의‘유력인사 모시기’열풍도 여전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 할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을 보유한 기업이 주로 유력인사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30일 이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사외이사는 이 전 장관을 비롯해 조현명 전 감사원 제1사무차장, 김갑회 전 신한은행 인재개발부 교수, 정상환 화산학원 이사 등 4명이다.
지난 11일 주총을 연 현대차는 서울고등법원장 출신인 오세빈 동인(법무법인) 변호사와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오세빈 변호사는 감사도 겸임한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이태운 전 서울 고등법원 법원장, 이병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 청장 등을 새로 선임했다. 3명 모두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스(LPG)가격 담합혐의를 받고 있는 SK가스는 18일 주총을 열고 박봉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전 기획예산처 장관·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위원)과 신현수 전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용만 대통령 자문 국민원로회의 의원(전 재무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외에도 동부건설,금호타이어,동양기전,동부하이텍, 고려아연, 경남기업 등은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부, 과학기술부, 환경부, 재무부, 국방부 장관출신 사외이사를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했다. 이사진이 오너와 학연으로 연결된 곳도 있다.
KCC는 지난 2월 공석환, 정종순, 이정대 씨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들 중 공석환 한성국제특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진, 정몽익 대표이사 등 지배주주 일가와 같은 고교동문이다. 그는 2003년부터 KCC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KCC건설의 사외이사 가운데 조희영 이사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동국대 후배다. 정 명예회장은 동국대 총동창회 고문도 맡고 있다.
◇현대家 대결장된 현대상선 주총=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도 벌어졌다. 현대상선은 2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 했지만 현대상선 지분 23.8%를 보유한 주요주주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 등의 반대로 승인에 실패했다. 의결주식의 3분의 2의 가결조건에 단 1.7% 부족했다.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가 범 현대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외적으로 현대상선은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이유를 투자재원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범현대가는 범현대가 지분비율을 줄이고 우호지분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범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이냐가 주목된다. 그러나 현대그룹 우호지분을 감안하면 범현대가보다 아직은 우위를 차지하지만, 다른 주주들의 의사가 경영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현대상선의 경영권 향배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도 좌우된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현대그룹측은 이날 “현대상선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 이렇게 제동을 거는 것은 범 현대가의 현대그룹 장악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도 선박투자 등 미래 성장에 대한 투자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이는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그 피해는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범현대가가 보수한도 확대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함으로써 앞으로 현대상선의 경영권에 대한 도전은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