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78만여주 취득…4대주주로 올라서
세계 5위의 국부펀드로 유명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LG생활건강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국내 증시에 본격 진출했다. GIC는 그동안 국내 부동산 투자와 일부 기업들의 지분 투자 등에 나선 적이 있지만 주식시장을 통해 직접 지분을 산 것은 처음이다.
GIC는 21일 장내매수를 통해 LG생활건강의 주식 78만3970주(5.0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 11일에 LG생활건강 주식 77만8116주를 주당 36만8000원에 사들였고 14일에도 주당 36만2874원에 5854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번 투자로 GIC는 자사주 6.14%를 제외하고 지주회사인 LG(34.25),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티 로우 프라이스 인터내셔널(6.98%), UBS자산운용(5.05%)에 이어 LG생활건강의 4대주주로 올라섰다.
GIC는 단순히 취득할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의 주가가 최근 충분한 조정을 통해 싸진데다 성장성도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PER를 28배 안팎으로 유지하다 최근 20배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주가 매력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또 코카콜라음료,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등을 잇따라 인수하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외형을 확장시켰고 수익성도 충분히 개선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은 GIC 지분 투자소식에 21일 외인과 외국계의 매수가 몰리면서 전일대비 1.22% 올랐다.
이번 GIC의 LG생활건강 지분 매입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도 활발하게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GIC는 1999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이후 4억달러를 들여 서울 중구 태평로의 서울파이낸스빌딩을 인수하면서 조명을 받았고 차례대로 코오롱빌딩과 강남 파이낸스센터, 회현동 프라임타워 등도 사들이며 부동산 큰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2000년 490억원에 사들인 회현동 프라임타워를 지난해 6월 도이치자산운용에 1400억원에 팔아 230%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GIC는 현재 전세계에서 248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