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에 큰 돈 안 되고 주가하락 땐 신뢰에 타격
작년에 이어 올해 증권가 최대화두로 랩 어카운트(이하 랩)시장이 떠오르자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인하에 나서고 있다. 아직 랩 상품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인하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연일 고민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반면 삼성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들은 특화된 서비스를 명분으로 내세워 랩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상태다.
이같이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증권사들의 논란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가운데, 랩 상품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미래에셋증권에서 촉발된 랩 수수료 인하는 현재 현대증권, SK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후발 증권사들에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랩 상품 대중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
하지만 시장과열에 가격경쟁까지 보이고 있는 랩시장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거액자산가 대상 특화 서비스, 자산관리의 플랫폼(platform)이라 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간 과열 경쟁으로 펀드와 같은 상품으로 변질됐다”며 “증시 조정 과정에서 만약 증권사가 펀드처럼 랩 운용 비중을 고객성향에 맞게 적극적으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랩어카운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펀드의 신뢰도 추락과 같은 상황을 또다시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증시가 1900선 초중반까지 조정을 받자, 랩시장의 평균수익률이 펀드수익률 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현재 출시한 지 1년 이상 된 5개 자문사의 랩 상품 1개월 평균 수익률은 -3.7%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2.4%보다 낮았다.
즉, 상승장에서는 랩 수익률은 극대화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집중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펀드 보다 하락률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움직임이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대외환경 등으로 인해 일정부분 조정을 받으면서 자문사종목으로 알려진 일부종목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며 “소수종목에 집중하는 자문형랩의 수익률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또 “랩 포트폴리오 공개로 추종매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금융위가 적립식 자문형 랩 판매를 중단하며 일부 증권사들은 랩 판매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기존 판매에 나섰던 삼성, 한국투자 우리투자증권은 판매 중단에 나섰고 현대증권은 출시 반나절만에 날벼락을 맞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로 인기몰이를 하던 랩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투자 대중화를 위해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만큼, 상품 다양화 측면에서 이번 적립식랩 판매 중단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