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에 이어 수입 통신장비 관련 설비의 ‘소스코드’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선언해 주요국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안전보장을 이유로 한 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워 주요국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도는 17일(현지시간) 안전보장상의 이유를 들어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기업에 대해 소프트웨어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 정부가 기술 정보 유출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자 인도 정부는 소스코드 공개 의무화를 잠정 보류했다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밝혔다.
다만 경제산업성은 소스코드 공개를 의무화하겠다는 인도 정부의 확고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인도와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한 16일,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성 부장관이 인도 측에 소스코드 공개 의무화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나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현재 소스코드 공개 의무화 움직임은 중국 인도에 이어 브라질도 검토에 나서는 등 신흥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외국산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에 대해 소스코드 공개를 의무화하는 정보보안제품 강제인증제도(ISCCC)를 도입해 주요국의 원성을 샀다.
ISCCC는 중국 정부의 조달 시장에 참여하려면 스마트카드, 방화벽, 보안 라우터 등 8개 분야 13개 정부보안제품의 ‘소스코드'를 중국 정부에 공개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과 정부는 중국이 핵심기술 정보인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보호주의일 뿐 아니라 소스코드를 공개할 경우 핵심 기밀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우려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인도 정부는 작년 7월 통신사업자의 면허 자격조건을 개정하면서 휴대전화의 기지국 등 통신설비 납품과 관련된 소스코드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는 “기밀 정보가 외국에 도청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미국 일본 유럽은 “공개한 소스코드가 해독되면 첨단기술이 유출돼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손상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안전 보장’을 이유로 한 규제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 위반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할 경우 현재 상황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어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