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 삼성家, 3세중심 계열분리 탄력

입력 2011-02-17 11:21수정 2011-02-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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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개편.. 경영수업 어떻게

삼성, 신세계, CJ 등 범 삼성가의 계열분리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분가 원칙이 오늘날 CJ, 한솔, 신세계 등 삼성 방계그룹을 낳았던 것 처럼 이들 기업 내부에서 다시 한번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에서는 지난해 말 나란히 승진한 3세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장녀인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물론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의 빠른 행보도 계열분리를 염두해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1’행사장에 깜짝 방문했다.

미국 뉴욕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진행된 패션위크에서 제일모직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 컬렉션을 참관한 뒤 바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넘어간 것. 이 부사장이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를 참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 전문가인 이서현 부사장이 이동통신 전시회에 홀연히 등장한 것은 올해 부사장 승진 후 패션 쪽에 집중됐던 관심을 전자재료와 화학 등으로 넓히는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와 재계는 삼성그룹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열분리는 시간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의 계열분리는 이재용 사장이 전자·금융 부문을, 이부진 사장은 호텔·레저·건설 부문을, 이서현 부사장은 패션·화학·광고 부문을 나눠 갖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TV와 휴대폰의 외장재 컬러를 개발했다. 갤럭시S와 갤럭시탭의 전용 케이스 제품을 제작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류부문 경영에만 관여했다.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인 전자재료와 케미칼 부문은 철저하게 전문경영인에 맡겨왔다. 그러나 올 초부터 패션 사업 조직이 있는 종로구 수송동 사옥과 케미칼과 전자재료 조직이 있는 경기도 의왕 본사를 오가며 비전공 분야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승진한 이후 매주 정기적으로 케미칼과 전자재료 부문을 주로 관할하는 경기 의왕 제일모직 R&D센터를 찾아 회의를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이 부사장의 이런 행보는 그가 향후 패션과 화학 계열사를 함께 맡게 될 것이란 3세 경영구도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과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5일 경영이사회를 열고 ㈜신세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의 2개 회사로 기업 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정기 경영이사회를 통해 백화점 사업부문을 분할 존속회사인 ‘주식회사 신세계’로 하고 대형마트 사업부문은 분할 신설회사인 ‘주식회사 이마트’로 하기로 했다.

자본금 기준 분할 비율은 ㈜신세계가 26.1%, ㈜이마트가 73.9%로 하며 각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동일 비율로 분할 정리된다.

기업분할에 대한 최종 승인은 오는 3월18일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며 분할기일은 5월1일로 예정돼 있다. 신세계는 이번 기업분할을 통해서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제고하고 핵심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각 사업부별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체제를 확립해 급변하는 사업환경변화에 효율적인 대응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독립경영 및 책임경영체계를 구축해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로 개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계열사 지분의 두 법인별 귀속이 각 회사의 경쟁력 강화 차원일 뿐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달 신세계의 그룹 분할 계획이 발표됐을 때 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인터넷 쇼핑몰인 이마트몰 등 이마트의 신규 사업을 정상에 올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유경 부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신세계백화점의 남성 매장 콘셉트 개선, 신세계인터내셔날 개편 작업 등 백화점 관련 업무에 집중해 왔다. 이처럼 남매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나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마트·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 등을 맡고, 정 부사장이 백화점·조선호텔·신세계인터내셔널을 맡게 될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상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이번 결정으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신세계 백화점법인에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포진하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마트 밑으로는 신세계푸드와 신세계건설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신세계 기업분할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구조 변동이 예상된다”며“최근 삼성그룹이 3세 경영구도를 확립하는 과정을 지켜본 신세계측이 2세 경영구도를 짜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CJ그룹도 현재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CJ E&M(엔터테인먼트앤미디어) 총괄 부회장을 맡으며 남매간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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