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은 야당에, 패권은 중국에
<글 싣는 순서>
㊤ 세계경제 '넘버3' 전락
㊥ 표류하는 민주당...대권은 야당에, 패권은 중국에
㊦ 1등병이 낳은 어글리 재패니즈...패배주의에 물든 사무라이
반세기를 기다려 탈환한 정권을 겨우 2년 만에 넘겨줄 것인가.
지난 2009년 8.30 총선에서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을 누르고 54년만에 정권 교체를 실현한 민주당이 집권한지 불과 2년도 채 안돼 좌초 위기에 놓였다.
심각한 양극화와 높은 실업률, 만성적 재정적자와 장기화하는 디플레이션 등 자민당 체제 하에서 만신창이가 된 일본 경제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층 더 악화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마련한 퍼주기식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은 바닥났고, 재원 마련을 위해 마구잡이로 국채를 발행하면서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처럼 최악의 시기에 압도적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초기부터 난항이 계속됐다.
첫 수장이 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오키나와 후텐마 주일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서툰 외교력과 부족한 리더십이 여론에 도마위에 오르면서 취임 8개월만에 백기를 들었고, 바통을 이어받은 간 나오토 총리 역시 풍전등화 신세다.
간 총리는 취임과 함께 민주당 지지율을 바닥에서 끌어 올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비리 의혹이 불거진데다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 제시한 소비세율 인상안이 민심을 성나게 만들었다.
결국 작년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 이후 지지율은 악화일로를 걷다 최근에는 마의 20%대 밑으로 추락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 직전 지지율도 19%대였다.
정가의 뒤숭숭한 모습이 불거지면서 3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일본은 4월에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예산편성 구조상 늦어도 3월까지는 국회에서 2011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참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야당은 여당이 추진하려는 정책과 법안 통과에 사사건건 비협조적이다.
더구나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3월에 총리를 바꿔 예산을 통과시키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제를 일신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심하게 난타를 당하다 보니 민주당의 맷집도 세어진 것일까.
42년만에 세계 2위 경제대국 지위를 중국에 내주게 됐다는 언론들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에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패권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한 외신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일본은 지난 1967년 서독을 따라잡은 이후 거의 두 세대 동안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에 이 순위가 바뀐 것은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중국이 떠오르고 일본은 가라앉았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간 총리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과 관련, “이웃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다”면서 “활기찬 국가들과 협력해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에 연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도 “중국 경제가 약진하는 것은 이웃 나라로서 기뻐할 일로 지역경제가 함께 발전해 나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며 달관한 어조였다.
중국의 부상이 달갑진 않지만 고도 성장을 하는 중국을 추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달리는 말’에 편승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렌호 일본 행정쇄신상은 작년 펴낸 저서 “최고가 아니면 안됩니까?”에서 일본이 성공을 인정받으려면 경제대국으로서의 짐을 내려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아시아의 리더 역할을 하느라 단‘수표 외교’꼬리표와 서방의 압력 등은 이제 중국으로 넘기고 실리를 챙기라는 이야기다.
사실 민주당은 뒤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대권은 야당에, 패권은 중국에 넘기게 된 상황에서 민주당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
그러나 민주당이 오욕의 역사에 일조했다는 책임은 씻지못할 굴욕으로 남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