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결정 무관 외인 자금 이탈 당분간 지속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 금리를 동결키로 하면서 주식시장 등락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가 늦춰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준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이머징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에 따른 조정폭이 깊어질 수록 매도 강도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키도 했다. 시장에서는 2월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인상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섰기도 했으나, 당초 채권시장 전문가들 중 76% 가량은 금통위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끈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섰으며 10일 1조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내는 등 최근 2거래일 동안 1.5조원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는 2000선으로 밀려났다.
시기적으로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1월 중순 이후다. 1월 이후 국내 시장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의 긴축 스탠스가 빨라진 점을 고려하면 결국 외국인 매도의 주된 이유는 이머징마켓의 인플레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기준금리 결정과 관계 없이 매도 강도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쏟아진 매물을 볼때 금리결정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됐고, 현재 외국인 매도 자금이 단기적인 헤지펀드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옵션만기일 쏟아진 외국인 매물은 만기 관련 물량일 수 있지만 비차익매매에서 4300억원 가량 매물이 나와 사실상 현물시장에서 매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이 충분히 예상돼 대거 매도에 나선 만큼 인상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의 강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사실 금리가 인상됐다고 해서 외국인이 더 팔자고 하는 것도 웃기는 얘기이며, 다만 순매도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2010년 7월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들어온 구간이 1950선으로, 외국인도 손실이 날 수 있는 1970~1980선까지 조정을 받게 되면 순매도가 약화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좀 더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외국인 매도 자금은 단기적인 헤지펀드의 성격이 커 매도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의 흐름은 추가적인 조정이 나온다고 해도 가격 조정보다는 기간 조정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