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기대 희박…작년 FDI, 4년만에 유출이 유입액 웃돌아
일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447억엔(약 1조9400억원) 감소해 4년만에 유출이 유입 규모를 웃돌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은 전일 지난해 일본에 10% 이상 출자한 외국기업의 자금 유입액이 전년 대비 41% 증가한 4조9099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에는 중국 대형 섬유업체인 산둥루이가 일본 3위 의류업체인 레나운의 최대주주에 등극했고,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스즈키에 출자하는 등 해외 기업의 일본 진출이 활발했다.
그러나 주식 매각을 포함해 일본에서 사업을 철수한 데 따른 자금 유출액은 전년도의 2.1배인 5조546억엔에 달해 4년 만에 유입액을 웃돌았다.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지난해 초 외국계 기업들이 일본에서 대거 철수한데다 잇단 거점 통폐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신문은 일본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FDI 부진의 요인으로 보고, 투자 자금이 계속해서 급성장하는 신흥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프랑스 타이어업체인 미쉐린은 금융위기 후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일본의 생산 거점을 정리했다.
미국의 미디어 업체인 리버티 글로벌은 주피터텔레콤(JCOM)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일본의 케이블 TV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대형 외국 기업의 자금 이탈 움직임이 거셌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내수가 위축되는 상황인만큼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짐을 싸는 이유다.
반면 일본을 제치고 지난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FDI가 작년에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10조원)를 돌파했다. 5년 전에 비해 70% 증가한 수준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 산업 구조 개혁이 정체되고 있는 점도 FDI를 저해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FDI 유입이 저조하면 구조개혁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