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럽 날고, 美 현상유지, 日 금융위기 수준
지난 3분기(7~9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명암이 선명하게 엇갈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최근 한국·미국·일본·유럽의 주요 메이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유럽 기업들의 순이익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3분기의 1.7배에서 최대 7.6배로 불어난 반면 도요타·혼다 등 일본 기업들은 2년 전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과 유럽 기업들은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수요가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독일의 다임러였다. 다임러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29배인 16억1000만유로(약 2조4600억원)로 2년 전에 비하면 7.6배였다.
간판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한 다임러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47만5000대. 중국 판매는 2008년 3분기의 2.4배로 특히 호조를 보였다. 다임러는 신흥국 수요 증가와 유로 약세 효과로 18억5500만유로의 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는 다임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1조3532억원으로, 이는 2년 전의 5.1배 수준이다.
현지 생산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의 신차 판매가 급성장하면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3분기 세계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90만4000대였다.
2년 전 적자로 고전하던 미국 메이커들의 회복세도 두드러졌다.
지난 18일 뉴욕증시에 재상장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제너럴모터스(GM)와 자력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포드자동차는 3분기에 총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대의 순이익으로 일본 ‘빅3’를 능가하는 실적을 냈다.
대형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으로 수익 여건이 개선된데다 강점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의 판매 호조가 실적 회복에 탄력을 줬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특히 달러 약세가 주효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이 도움이 된 셈이다. 환율 변동은 세전 순익을 2억달러 늘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로 고전했다. 도요타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배인 986억엔이었다. 판매 대수 증가와 원가 절감 노력이 2000억엔 가량의 순이익을 늘려줬지만 살인적인 엔화 강세로 900억엔을 잃었다. 이는 2년 전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혼다의 경우 엔고로 영업이익 344억엔이 감소했다. 혼다가 정한 예상환율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20% 가까이를 잃은 셈이다.
각국 메이커들의 실적 차이는 투자자들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사의 시가총액을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유럽기업들과 현대차의 시총 증가율은 33~75%로 컸다.
반면 일본 빅3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컸던 닛산의 시총은 16%에 그쳐 유럽 기업들과 현대차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