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패밀리] 붉은 방패의 무너진 혈통 중심주의

입력 2010-11-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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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 중심주의 무너지고 전문 경영인 도입

▲로스차일드 가문의 6대손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회장. 블룸버그
200여년 간 시대를 조종해오며 비밀의 문을 지켜오던 로스차일드가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었다.

혈통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귀족 로스차일드 가문에 전문 경영인이 등장한 것이다. 로스차일드 6대손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회장은 회장직에 머물고 투자은행 부문의 공동대표 니겔 히긴스가 지난 4월 로스차일드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는 가문과 관련 없는 전문 경영인이다. 파격적 인사였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2세가 넘도록 끈질기게 '금융 귀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혈통 중심주의 때문이었다. 전통에 금이 간 것이다.

로스차일드가의 시조와 다름없는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는 다섯 아들에게 일찍이 족내혼과 장남의 계승을 강조했고 이는 귀족 가문 유지의 비법이자 폐쇄성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왔다.

이 같은 혁명적인 변화는 새로운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방패에 금이 간 결정적 이유는 현 경영진들이 선대들의 옛 명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

로스차일드가는 2008년 회계연도의 순익이 전년 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데다 수 많은 금융기관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로스차일드가의 전문 경영인제도 도입은 한 시대를 풍미하던 전통 가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 위한 벼랑 끝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스차일드가는 최근 가문내 지분을 단순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로스차일드 영국 사업부의 회장인 에블린 드 로스차일드 경은 지난 2007년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로스차일드 경은 지난 22년간 회장직을 유지했으며 자신이 보유한 주식 6억1500만달러 어치를 처분했다.

전문가들은 에블린 경의 지분 매각을 로스차일드 금융 제국의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지분 정리는 로스차일드의 프랑스 사업 지주사인 파리-오를레앙과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프랑스 사업지주사가 매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로스차일드 측은 파리-오를레앙이 로스차일드 금융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콩코디아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가문내 지분 정리를 추진했다. 파리-오를레앙은 현금과 함께 64만7000주의 신주를 발행해 콩코디아의 지분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로스차일드 가문은 프랑스와 영국 사업부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형태의 새로운 가족기업을 설립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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