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주요 통화에 강세 전환...G20 이후 핫머니 흐름 변화 조짐
달러의 반격이 시작된 것인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달러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오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ㆍ엔은 83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밤 뉴욕시장에서 달러ㆍ엔은 83.59엔으로 지난달 5일 이후 6주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서도 강세다. 달러ㆍ유로는 1.34달러로 7주만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유로 하락은 아일랜드와 그리스 등 유럽 채무국의 재정위기 우려에 따른 영향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 G20을 계기로 세계적 투기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G20에서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추가 금융완화 관측이 후퇴, 미 장기금리 상승으로 달러 하락세도 종착역이 가까워졌다는 것. 신흥국의 잇따른 긴축도 달러 오름세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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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G20 정상회의에서는 중국 독일 등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정책을 ‘달러 약세 유도책’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미국 내에서도 16일 보수계 이코노미스트들이 “인플레를 높일 수 있고, 고용 촉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은 향후 추가 금융완화가 어려울 것이며 완화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미 장기금리는 본격적으로 상승 기조에 올라섰다.
지난 15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 대비 11bp(1bp=0.01%) 상승한 4.40%를 기록했다.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2bp 상승한 0.53%,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15bp 상승한 2.95%를 각각 나타냈다.
2년만기 국채수익률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는 15일 현재 0.395%로 2개월래 최대폭으로 확대됐다. 달러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엔 선호도가 낮아진 영향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일본 사업부의 구보 노부아키 부사장은 “조만간 엔은 달러당 85엔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은 엔을 팔고 달러를 매입하며 달러 값을 올리고 있다.
시카고 통화선물거래에서는 달러에 대한 엔의 순매수 규모가 직전 최고치였던 10월 초에서 30% 가까이 축소됐다. 엔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닛케이통화인덱스는 이달 초 기록한 고점에서 3% 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관측이 후퇴하면서 신흥국으로 흘러드는 핫머니 유입량이 무뎌져 결과적으로 신흥국이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긴축을 줄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4개월 만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의 금리인상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중국도 지난달 19일 2년 10개월만에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오는 19일 올 들어 두번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4.5%에서 4.75%로 0.25% 포인트 올렸고, 인도 중앙은행(RBI)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6%에서 6.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신흥국의 긴축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선 중국의 경우 과도한 긴축정책으로 세계 경기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로 16일부터 글로벌 증시는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바트 화이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교통정리가 확실해질 때까지 불안정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며 “시장에는 중국과 유럽, 미국의 2차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