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ㆍ포르투갈 재정위기 우려 파급 영향
아일랜드의 재정위기가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스페인의 자금조달 비용이 사상 최고에 육박하면서 유로존 전체의 재정위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유럽의 모든 중채무 국가의 국채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과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이번 주 25bp(bp, 1bp=0.01%) 확대한 220bp로, 지난 6월 유로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인 232bp에 근접했다.
제2의 그리스로 지목되고 있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독일 10년만기 국채에 대한 스프레드가 각각 647bp, 460bp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채 가격 폭락으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국채 발행이 한층 어려워져 시장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 전체의 12%를 차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를 합한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한다. 스페인이 무너질 경우 파급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경우, 그리스발 재정위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한 7500억유로의 구제금융은 조족지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런던 소재 클라인볼트 벤슨 프라이빗뱅크의 필리스 리드 채권 조사책임자는 “일단 한 국가에서 시작되면 다른 나라도 번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시장은 그런 식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그룹(RBS)의 잭 카이유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에 지원을 요청해도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장에서 스페인 국채를 매입해 악영향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국채의 스프레드 확대는 스페인의 자금 조달 비용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연말까지 예정된 국채 발행 규모가 유럽의 다른 중채무국들보다 많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지난 10일까지 올해 예정했던 국채 발행을 모두 마쳤고, 아일랜드는 내년 중반까지 필요한 자금을 모두 조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니크레디트의 키아라 크레모네시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스페인은 올해 안에 세 번 남은 국채 입찰에서 총 120억유로를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스페인의 상업은행은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아 지방 저축은행인 카하에 대한 지원 비용은 120억유로로 GDP의 1%에 불과하다.
서울을 방문하고 있는 스페인의 엘레나 살가도 재무장관은 자국의 국채발행 능력에 대해 “리스크는 없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보다 빠른 속도로 재정적자를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방정부를 제외한 스페인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는 올 1~9월에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그리스는 31% 줄였고 포르투갈은 오히려 적자가 확대하고 있는 상황.
바클레이스 웰스의 카뮤 비로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자 삭감계획은 실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최종적으로 유럽의 지원이 필요한 사태가 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스페인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펀더멘털만으로는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