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아메리칸 드림은 옛말"

입력 2010-11-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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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미국보다 블랙홀 신흥국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선망이었던 미국 시장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그동안 도요타 혼다 BMW 벤츠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인 만큼 일단 진출만하면 수익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까다로운 미국의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배기가스 중의 유해물질을 무해화하는 촉매변환장치를 개발하거나 오른쪽 핸들인 차종을 왼쪽 핸들로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불황으로 소비가 잔뜩 위축된 미국보다 수억명에 달하는 소비 인구가 기다리는 중국과 인도가 유망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 등극했다. 지리와 BYD, 체리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요를 따라잡기에 급급할 정도.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레베카 린드랜드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올해 1500만대, 2015년에는 20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잠재 수요가 수억명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의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주주들에게 “2018년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75%, 인도 시장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 차종은 신흥국으로 돌리면 된다는 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간 수많은 소형차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인기 소형차 ‘피아트 500’으로 미 시장을 다시 노크한다. 피아트는 지난해 인수한 크라이슬러의 딜러망을 통해 ‘피아트500’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소형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은 한동안 고전이 계속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인들은 유가 안정을 배경으로 대형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때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8리터)당 4달러 하던 시기에는 많은 미국 소비자들이 고연비 차종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최근 휘발유 가격 급등세가 수그러들면서 소형차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대형차와 트럭 수요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

다임러가 2008년에 출시한 소형차 ‘스마트’ 판매는 62%나 감소했고 인기 소형차 ‘미니 쿠퍼’조차 판매가 저조하다.

린드랜드 애널리스트는 “소형차 시장은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리스크가 높은 분야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작은 차를 갖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머리를 싸맬 이유가 없다.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가 실패하면 중국과 인도의 수억의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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