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신흥국주가지수, 연저점서 29.3%↑ㆍ선진국 16.8%↑
최근 신흥국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달리는 말에 올라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근 신흥국 증시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를 능가하는 활황세를 연출하고 있다.
MSCI(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신흥국 주가지수는 연저점을 찍은 5월 25일 이후 29.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 주가지수만으로 구성된 MSCI 세계주가지수 상승률은 16.8%, 미국 종목만으로 구성된 S&P500 지수 상승률은 9.9%에 그쳤다.
JP모건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흘러 든 자금은 600억달러였던 반면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74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대조를 보이는 신흥국 증시의 활황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49%의 응답자가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렸다고 답했다. 이는 전달보다 17%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또 러셀 인베스트먼트가 350명의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내년에 신흥국 투자 비율을 높일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6월 조사 때보다 11%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실제로 바클레이스 산하의 부유층 전용 자산운용 부문인 바클레이스 웰스는 올 3~4분기까지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추천 비율을 8%에서 9.5%로 상향했다.
또 BOA 메릴린치는 지난달 발표한 4분기 국제 분산투자 리포트에서 개발도상국 증시에 관한 투자의견에 대해 “비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포트폴리오의 권고 비율을 11%로 늘렸다.
BOA메릴린치의 브라이언 닉 스트래티지스트는 “신흥국 증시가 실질적으로 낮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면서 "선진국 이외 국가에 대한 투자, 특히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은 통화기준 자산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신흥국 통화 기준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루피화는 미국 달러에 대해 연초 대비 5% 상승했다. 브라질 헤알은 2.25%, 중국 위안화는 2.5% 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흥국 투자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주식 비율은 2004년의 1.63%에서 2009년에는 2.41%로 성장했다.
반면 같은 시기 세계의 주식 시가총액에 차지하는 신흥국 주식 비율은 8.7%에서 15.9%로 증가했다. 이에 비하면 미국 투자자들의 신흥국 주식 보유는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찰스 슈왑의 미셸 기블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많은 미국인들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인 투자자들은 위기를 경험해 리스크 허용도가 낮아진만큼 변동성이 잦은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신흥국 증시의 리스크가 우려했던 것보다 사실은 훨씬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저지주 소재 로더포드 에셋 플래닝의 키이스 앰버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펀더멘털이 좋다”며 “특히 채무가 적고 경제성장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년간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투자 비중을 5%에서 10%로 2배 확대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밴티지포인트 어드바이저스의 제리 사이먼 사장은 “신흥 시장은 기존보다 훨씬 안정돼 있다”면서 “삼성전자같은 대기업이 신흥국 주가지수의 동향을 쥐고 있는 것을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JP모건 자산운용 이머징마켓팀의 조지 이와닉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세계 기업 수익에서 신흥국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신흥국 기업 중 수익성을 중시하는 태도에 개선을 보이고 투자대상으로 적합한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신흥국 시장의 최대 리스크는 선진국에서 흘러드는 과도한 유동성과 투자 과열 양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알렉 영 증시 투자전략가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장기간 계속되면 버블이 발생해 신흥국 시장에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잡으려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흥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여지는 충분하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MSCI 신흥국 지수의 PER은 최근 12개월간 14.8배인데 비해 S&P500은 15.2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