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후폭풍...글로벌 중앙은행 순차적 양적완화가나

"우리도 살고 보자"...日·유로존·英 잇따른 양적완화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를 첫 주자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레이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6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내년 6월말까지 8개월간 순차적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매월 750억달러씩 장기 국채를 매입할 방침이며 경기 회복세에 따라 정기적으로 매입 속도와 규모를 점검키로 했다.

연준은 또 연방기금(FF) 금리를 현행 동결하고,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연준의 이번 추가 완화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규모다. ‘충격과 공포’ 수준은 아니지만 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당초 시장의 관측을 넘어 일정의 효과는 발휘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의 비전통적인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으로 이번 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하는 중앙은행들도 추가 완화 행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금융완화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 해당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상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는 26년래 최고 수준에 있는 실업률과 디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연준의 양적완화로 엄청난 양의 달러가 풀리면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수출을 도와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한편 달러를 제외한 통화는 상대적으로 상승해 해당 국가의 경기 확대를 위협하는 사태를 초래한다.

남아도는 자금이 미 경제에 재투자 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다.

브레이버스턴의 스콧 부프터 증권 투자전략가는 “성장이 유망한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투기자금이 흘러 들어 거품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이 경우 신흥국들은 양적완화가 아닌 긴축으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OMC가 끝나고 33시간 가량 차이를 두고 영국과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융정책을 결정한다.

일본은행(BOJ)은 당초 15~16일 예정된 11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4~5일로 앞당겼다. 연준의 추가완화 규모를 확인하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 즉각 대응을 위한 조치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5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사상 최고치인 79.75엔대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연준의 조치에 따른 달러 약세로 양국 금리차 축소에 기반해 엔화 강세가 한층 고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엔화 강세가 더 거세질 경우 내수부진과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일본 경제를 벼랑으로 몰아 넣게 된다.

일본은 특히 최근 간 나오토 정권이 공공연하게 시장개입을 선언하고 나선 상황이라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강세 진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고 있는 간 총리 입장에서도 기업을 달래고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정책결정회의 동시에 개최하는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쟝-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현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신흥시장이 이미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조치에 나선 가운데 유로 강세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회원국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통화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남유럽 사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양적완화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견고한 회원국과의 격차를 조절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절상을 막고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남유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뉴욕 소재 골드만삭스의 도미닉 윌슨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융 완화는 전세계에 대응 압력을 초래한다”며 “금융 완화에 따른 달러 하락은 미국 외 금융 정세를 어지럽히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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