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장은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파스퇴르유업 인수(롯데삼강이 인수)에서 쓴잔을 마신 뒤 절치부심해 지난달 29일 단돈 1만원에 해태음료 인수에 성공했다. 물론 해태음료 빚 1230억원도 고스란히 LG생활건강의 몫이 됐다.
차석용 사장은 고등학교(경기고)만 국내에서 졸업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와 코넬대에서 회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인디애나 법과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미국통이다. 1985년 P&G 미국 본사에 입사해 아시아본부 CFO(재무담당 최고임원) 등을 거친 글로벌 인재다.
차 사장은 2001년 한국P&G사장에서 물러난 후 LG생활건강 사외이사를 거쳐 2005년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경쟁사의 사장이었던 사람이 사외이사에서 일약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구본무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 차석용 사장은 ‘마케팅 귀재’, ‘흥행보증수표’로 불리기도 하지만 ‘기업사냥꾼’이라는 명성(?)도 자자하다. 차 사장은 외국계가 대주주였던 해태제과 사장 시절 구조조정에 나서 조직을 슬림하게 바꾼 전력이 있다. 당시 해태제과의 실적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진행형이다.
이 때문에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할 때는 기존 코카콜라 직원들이 일부 반발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번에 인수한 해태음료도 조만간 구조조정의 바람 앞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 사장은 LG생활건강을 세계적인 생활용품 회사인 P&G처럼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래서 업계 1위인 생활용품 부문을 제외한 화장품(업계 2위)과 식품(코카콜라음료 업계 2위)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더페이스샵 인수도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앞으로 차 사장의 수첩에 어디 업체가 M&A목록에 오를지 업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