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식업계 '제3의 디플레' 공포

입력 2010-11-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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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업계 이어 밥집ㆍ술집서도 가격파괴 바람

일본 경제를 뒤덮고 있는 디플레이션(이하 디플레) 공포가 외식업계에까지 미치고 있다.

규동(쇠고기덮밥) 한 그릇 값이 200엔(약 2785원)대로 굳어진 지 오래인데다 ‘전 품목 280엔’이라고 써 붙인 술집도 급격히 늘고 있다.

버블 붕괴 후인 1990년대 초와 2000년대 초에 이어 외식업계에 부는 세 번째 디플레 움직임으로 불경기로 가계의 외식비 지출이 줄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규동 체인 업계 2위와 3위인 요시노야와 마쓰야는 각각 280엔과 250엔짜리 메뉴를 선보였다. 앞서 업계 1위인 스키야가 쇠고기 전골 덮밥을 단돈 280엔에 내놓으면서 가격 경쟁에 불씨를 붙인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규동 업계 3사의 기존매장 매출은 전년 동월 수준을 6~17% 웃돌았다.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의 오가와 겐타로 사장은 “디플레 덕에 좋은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벌칙 강화로 매출이 부진한 술집 업계에서도 고객몰이를 위해 기존보다 싼 가격에 메뉴를 제공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산코 마케팅 푸드가 2008년 문을 연 ‘긴노쿠라 주니어’와 몬테 로사의 ‘시로키야’, 콜로와이드의 ‘아마타로’ 등 술집 체인점들은 일제히 200~300엔대 메뉴를 선보였다. 모든 메뉴의 80%를 250엔로 통일한 '와타미'는 “기존 술집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2009년 농림어업 세대를 제외한 2인 이상 세대의 연간 외식비는 1세대당 15만엔으로 정점이던 1997년보다 2만엔이 줄었다. 디플레가 두드러진 2000년에 비해서도 1만엔이 감소했다.

일본 외식업계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디플레가 휩쓸었다. 첫 번째는 1990년대 초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서였다.

‘스카이락’이 가격파괴 전략인 ‘가스트(gast)’ 전략을 도입, 1050엔대 가격을 770엔대로 과감하게 낮췄다.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는 ‘가스트 현상’이라 불리는 가격파괴 바람이 거세가 불었다.

두 번째 디플레는 2000년대 초 패스트푸트 업계에서였다. 맥도날드는 평일 햄버거 가격을 절반인반65엔으로 낮췄다. 당시 반값 햄버거는 고객몰이 효과는 있었지만 채산성이 떨어져 오래가지 못해 다시 궤도를 수정해야 했다.

미야기 대학의 홋타 무네노리 교수는 “소비자들이 싼 맛을 들인 이상 기업은 경기가 좋아져도 간단하게 비싼 제품을 내놓을 수 없다”며 “소비자들은 싼 곳과 비싼 곳을 나눠서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9월까지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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