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늘었지만 주택압류 사태 확산...정부 대책에 회의감 고조
미국 부동산 시장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권의 주택압류 관행에 대한 조사가 확산되면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지난달 미국의 지난 9월 기존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10% 증가한 연율 453만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연율 430만채를 훨씬 웃도는 것이지만 판매건수는 전년에 비해 19% 감소하고 기존주택 중간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해 주택시장의 침체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일부 금융권이 주택차압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검토 없이 서류를 처리하는 이른바 ‘로보 사이너(Robo-signers)’ 행태를 보였다는 주장이 시장을 더욱 짖누르고 있다.
쉴라 베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금융권의 주택압류 관행과 관련된 혼란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부동산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연준은 다음달에 은행권의 주택압류 관행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50개 주 법무장관은 현재 금융권이 부적절한 서류처리를 통해 주택압류를 시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이와 관련 소송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연준 등이 금융권에 부실 모기지 채권 재매입을 요청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패니메이는 지난 21일 그레이트아메리칸파이낸셜리소스(GAFRI)와 트래블러스 코스 등 주요 보험업체들이 회사에 부실 모기지 채권을 발행해 총 1억3100만달러(약 1479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피해보상소송을 제기했다.
연준과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 블랙록 등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470억달러 규모의 부실 모기지 채권을 재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감사를 맡고 있는 닐 바로프스키 특별감사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택압류 급증을 막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2월 연체자들이 모기지 금액을 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 조건을 조정해주는 모기지 대출조정 프로그램(HAMP)을 시행한 바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HAMP 프로그램을 받아들였던 총 140만명의 주택보유자 중 53%인 72만9000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는 주택소유자의 모기지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HAMP 이외에 은행권이 융자 원리금보다 낮은 금액에 주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숏세일(Short sale)’도 촉진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 꾸며야 하는 서류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처리기간도 너무 오래 걸려 모기지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사람들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닐 바로프스키 특별감사관은 “정부는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500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한 것은 4억83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