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스트 병원]②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입력 2010-10-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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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간이식 수술 절반 담당…95% 수술성공률 독보적

서울아산병원은 간이식에 있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국내 간이식 수술의 절반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다.

간이식은 1983년부터 말기 간 질환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아 죽음의 문턱에 있던 간부전 환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간 환자가 훨씬 많으면서도 뇌사자 장기공여가 거의 전무했던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동아시아권에서는 부유한 극소수 환자들만 미국 등지로 건너가 간이식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알려지곤 했다.

그래서 뇌사자 장기를 이용한 간이식의 대안으로 시작된 수술방법이 생체 간이식이다. 생체 간이식은 1990년 일본 신슈대학과 교토대학에서 잇달아 소아를 대상으로 성공사례를 보고했고 1994년에는 도쿄대학에 의해 세계 최초로 성인 생체 간이식이 성공했다. 그 후 교토대학을 중심으로 생체 간이식이 이뤄지면서 일본은 전 세계 생체 간이식의 메카로 자타가 인정하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규 교수에 의해 국내 최초로 1994년 소아 생체 간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당시는 일본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였다. 그러나 이승규 교수의 간이식팀은 1999년 세계 최초로 변형 간우엽 생체 간이식수술을 시행해 수혜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2000년 3월에는 기증자 두 명의 간을 한 명의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2:1 듀얼 생체 간이식수술에 성공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1명의 뇌사자 간을 두 명의 성인에게 이식하는 분할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 세계 간이식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단일팀으로는 세계 최초로 성인 생체 간이식을 2000례 돌파하고 96%의 수술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주요 병원 성공률 80%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피츠버그대의 성공율 82%, UCLA대학병원은 85%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는 1992년 3월 간이식 수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간이식팀을 이끌고 독일에 가서 간이식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피클마이어 교수로부터 수술기법을 배워왔다. 그리고 1992년 8월 41세 간경변 환자의 간을 들어내고 뇌사자의 간으로 갈아끼우는 국내 세 번째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주말마다 개(犬)의 간으로 연습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9년이 지난 후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두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2대 1 수술에 성공했고 2001년 세계 생체 간이식의 권위자인 독일 함부르크대 브롤시 교수가 한 수 가르쳐달라고 요청해올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이 교수를 가르쳐주었던 서구의 의사들이 이 교수팀의 수술을 보기 위해 매년 수십 명씩 서울아산병원으로 연수를 오고 있으며 이 교수팀에서 수련받은 전훈배 교수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부교수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이 교수의 허벅지 굵기는 웬만한 처녀 허리만하다. 10시간 넘게 허리를 구부려 수술하려면 하체 근력이 강인해야 하기에 수술실 옆방에 러닝머신을 두고 틈만 나면 뛴다. 36시간 수술기록도 있다. 환자들에게 의사의 체력은 ‘생명줄’이다. 수술실에서 김밥, 라면으로 때우고 새우잠 자기 일쑤다. 몇 년 전 어머니의 장례날 밤에도 긴급호출을 받고 수술실로 달려갔다.

2008년 12월, 제6차 세계간암학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전 세계에서 800여 명의 간 전문 의사들이 몰려왔다. 예년 참석자의 두 배였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드림팀이 세계의 중심이 됐음을 알리는 그런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제5차 세계간암학회를 주관했으며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의 바턴을 이승규 교수팀이 넘겨받은 것이다.

2008년 12월에는 미국의 ABC NEWS에서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드림팀의 성공요인에 대해 분석하는 뉴스를 방송했다. ‘한국의 드림팀’은 그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하루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드림팀의 일과를 소개하고 가족처럼 끈끈하고 헌신적인 팀워크로 340례 수술이라는‘한 해 세계 최다 수술’을 기록했으며 미국에서는 대부분 뇌사자의 장기로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대부분 생체간이식이 이뤄진다. 최고의 성공률을 보이는 세계 최고의 간이식팀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2008년 7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간이식학회가 열렸는데 세계 의료진들은 ‘세계 생체 간이식 분야의 메카가 일본에서 서울로 이동되었음을 보여준 학회’라고 평했다. 그 자리에서 이승규 교수는‘성인에서 간좌엽을 이용한 간이식’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했는데, 전 세계 간이식 관련 전문가들의 열기와 호응은 대단했고 여러 차례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승규 교수의 간이식팀이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본과 홍콩, 미국, 유럽 등의 유수한 생체간이식센터에서는 기증자 사망이 예외 없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교수팀의 경우, 전 세계에서 생체 간이식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했고 수술 성공률이 낮은 절체절명의 중증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자들의 생존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00례 이상의 수술에서 기증자의 합병증이 거의 전무하고 사망한 경우도 없었다. 이는 일찍이 기증자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이식편을 이용한 생체 간이식수술 방법을 개발하고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수술 전에 정확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에 유독 간질환 환자가 많고 간암이 사망원인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이식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간암센터를 통해 더 많은 전문가들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간암센터, 아시아 간암 치료 교육센터로 지정 = 지난해 11월 서울아산병원 세미나실에는 중국과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찾아온 간질환 전문 내과, 외과 의사 20여 명이 강의에 몰입해 있었다. 간암의 내과적인 치료와 방사선요법, 최신 수술기법에 대한 강의 후에는 참석자와 아산 교수진과의 열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아산병원이 3일간 준비한 간암 치료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시아 지역 의사들은 수술장을 직접 방문해 수술을 참관하며 영상의학과 혈관 조영실에서 시행되는 간암의 방사선요법의 시연을 관람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암센터는 지난해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대에서 처음 시작된 '간세포암종 치료 선도화 교육 프로그램(PATH; Program for the Advancement of Therapy in Hepatocellular Carcinoma)'의 일환으로 최근 각 대륙별로 한 곳씩 지정되는 ‘간암 치료 거점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이에 처음으로 아시아지역 의사들을 초청해 간세포 암 치료의 선도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국의 푸단대학 종산종합병원에서 온 후이촨쑨 교수는 “간암을 완치시키기 위한 다양한 치료방법과 연구결과가 소개 될 때마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암 치료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특히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간이식 수술을 직접 참관 했을 때는 의료진들의 열의와 운영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암센터에서는 간암에 대해 풍부한 임상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간내과, 종양내과,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간담도췌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교수들이 주축이 돼 코디네이터와 상호 밀접한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춤으로써 간암 환자의 빠른 진단 및 환자 개개인에 맞는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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