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830억파운드 세출 삭감
영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세출 삭감 계획 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830억파운드(약 147조원)의 세출 삭감을 포함한 1130억파운드 규모의 긴축계획을 발표했다.
1550억파운드로 불어난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재정위기의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시장의 신뢰회복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더불어 금융 위기 동안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임으로써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사회보장비와 공무원의 인건비 등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한 만큼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스펜딩 리뷰’라 불리는 긴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영국은 오늘이 파멸의 갈림길에서 귀환하는 날”이라고 선언했다.
‘스펜딩 리뷰’는 지난 5월 출범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약속한 긴축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출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재정적자를 오는 2015년까지 1% 정도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6월에는 부가가치세를 2011년 1월부터 20%로 2.5% 인상키로 하는 등의 세제 개혁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스펜딩 리뷰는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정권 이후 가장 파격적인 긴축계획이라는 평가다.
계획에 따르면 현재 6970억파운드인 영국의 세출에서 의료와 과학기술, 신흥국 지원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한 각 예산을 평균 19% 줄인다. 부처별로는 재무부 33%, 내무부 23%, 외교부 24%, 국방부 8% 등이다.
특히 복지예산은 기존의 110억파운드에서 70억파운드를 더 줄이기로 했다.
고령화에 따른 세출 증가를 줄이기 위해 공적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2020년까지 현재 65세에서 66세로 늦춰진다.
또 방위와 외교뿐 아니라 아동수당과 교육 등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부분까지 폭넓게 손을 댔다.
공무원 수도 오는 2014년까지 49만명을 줄일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공공 부문을 대신할 민간 기업들이 생겨나 고용 창출과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의원들에게 "이는 어려운 길이지만 더 좋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면서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과 세수 감소, 복지예산 증대 이후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왕실 예산을 향후 4년 동안 14%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수 증대를 위해 내년도부터는 은행세가 신설된다.
다만 보수당과 연정 관계인 자유민주당은 총선에서 재정 재건을 강조하지 않았던 만큼 갑작스러운 긴축재정으로 야당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