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대규모 파업ㆍ아일랜드, 30일 AIB 구제금융 규모 발표
지난 5월 점화된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가 유럽 재정위기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가운데 29일(현지시간) 역내 주요국에서 정부의 재정긴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잇따라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브뤼셀에서 노동조합원 10만명 가량이 모여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인 것을 비롯해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지에서 재정긴축에 항의하는 시위와 파업이 잇따랐다.
스페인의 경우 전국적인 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의 가동이 중단될 정도였다.
여기다 프랑스와 포르투갈 정부도 새로운 긴축재정 도입에 착수하면서 유럽 전역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 여파로 재정위기 공포가 급부상하면서 이날 유럽과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이날 유럽연합(EU)의 집행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EC)는 EU의 재정규율인 '안정-성장협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기로 하는 등 재정위기의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한 규제강화안을 발표해 가뜩이나 거센 노동계의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
EC는 개정안에서 회원국의 재정과 경제상황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판단될 경우 공공지출 감축과 임금 삭감 등에 대해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도입, 각국의 경제정책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벌금 부과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EC의 이처럼 대대적인 개정은 1997년 협정 체결 이래 처음으로 그리스 재정위기를 초래한 EU 역내의 불균형을 시정해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C는 특히 매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하고, 총 부채는 GDP의 60% 이하로 정한 '안정-성장협정'을 준수하는데 각별히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 2003년 프랑스와 독일이 규칙을 위반했을 당시, 제재를 결정했지만 해당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어왔다.
EC는 이번 개정을 통해 재정 규칙에 관한 권고를 무시하는 역내 국가에는 GDP의 최대 0.2%의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또 총 부채가 GDP의 60%가 넘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매년 5%씩 초과분을 줄여나가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EC는 이와 함께 회원국의 경제 감시시스템을 도입해 역내 양극화 방지에도 나섰다. 각국의 노동 비용이나 부동산 가격 등의 경제지표를 감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에 조치를 취해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만 EC의 개정안이 성립되려면 유럽 의회와 회원국 재무장관 이사회에서 각각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노동조합연합(ETUC)은 현재 EC에 대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센데다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있어 실현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30일은 유럽 재정위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포스트 그리스'로 지목되고 있는 아일랜드 정부가 자국 대형은행인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AIB)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
시장에서는 아일랜드 정부가 350억유로(약 54조원)를 AIB에 구제금융으로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당초 전망보다 대폭 늘어난 수준으로 ‘대마불사’원칙에 따라 대형은행인 AIB의 몰락을 두고 볼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제금융 투입으로 휘청거리게 될 아일랜드의 재정적자다. 아일랜드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1.6%로 유로존 최대 규모다.
신용평가사들은 아일랜드의 재정 불안을 이유로 일제히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상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아일랜드 정부가 AIB에 250억유로만 투입해도 재정적자가 GDP 대비 25%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피치는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무디스는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aa3’로 제시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같은 중채무국인 포르투갈 역시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7.3%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정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각국의 시위까지 겹쳐지면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피그스(PIIGS)’ 국가들의 국채 스프레드는 유로존 국채의 지표인 독일에 대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은 441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고 스페인은 193bp, 아일랜드는 28일에 사상 최대인 453bp까지 확대한 후 448bp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