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인수추진, 현대측 의식해 신중한 행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이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섰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위한 재무 및 법률 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드러나지 않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법률 자문사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낙점했다.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 등이 경쟁을 벌였으나 과거의 업무관계 등을 고려해 김앤장을 최종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2005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 설립 당시 법률 자문을 맡는 등 현대차와 밀접한 사업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대기아차는 앞서 재무 자문사로 골드만삭스와 계열 증권사인 HMC투자증권, 삼일 PwC를 선정했으며, 이들 3개사는 이미 현대건설 인수 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측은 일단 TF 구성, 내정 자문사들과의 정식 계약 등 인수 참여를 위한 물밑 준비 작업을 마친 뒤 내달 중순께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몇 가지 남아있는 불확실한 부분이 정리된 뒤에야 인수 참여 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에는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선언한 현대그룹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현대그룹과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일가 간의 경쟁을 피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현대건설 채권단이 정식 매각 공고를 내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해 가능한 선에서 타협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지분의 일부를 형제들에게 넘기거나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돌려주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3월 말 현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 현대엠코 등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4조5000억원에 달해 3~4조원으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