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공포 재점화
(편집자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재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침체를 넘어 불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4회에 걸쳐 글로벌 경제를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美경제 1930년대식 불황 진입하나
② 엔고가 일본 장기 침체 부르나
③ 유럽발 위기 재점화?...아일랜드 등급 강등
④ 중국 경제도 주춤...亞경제 동력 고갈?
겉잡을 수 없이 치솟는 엔화 강세 여파로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엔고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면서 기업 및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내수 전반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간 싱크탱크는 현 수준의 엔고와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 당국이 개입하더라도 효과는 한정적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일본은행의 고민만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이 25일 추가 완화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일본은행이 요동치는 시장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은 엔고 여파로 요동쳤다.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8995.14로 거래를 마쳐 작년 5월 1일 이후 처음으로 9000선 아래로 하락했다.
같은 날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한때 83.60엔으로 1995년 6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장중 105.44엔으로 200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갈수록 기세가 강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간 나오토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전화 회담을 갖고 현재 엔고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문제는 직접 회담을 갖고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전화회담으로 현재 엔고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실망감에 엔화 기세는 한층 거세졌고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기업들의 상정 외 이상으로 올랐다.
기업들의 상정 외 엔고는 단순히 보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이와증권 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달러와 유로에 대해 엔화가 1엔 오르면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은 1%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이와증권은 이 같은 엔고가 당장 올 하반기 경상이익을 10%대 감소시켜 금융 위기 이후 대폭 악화한 후 브이자형(V자형)의 회복세를 보인 기업 실적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법인세율과 경직된 고용규제, 온실가스 삭감 의무화 등으로 기업환경이 이미 열악한 상황. 여기다 엔고 악재가 결정타로 작용해 일본 기업들의 등을 해외로 떠밀고 있다.
후지쯔의 가토 가즈히코 최고재무책임자는 “엔고가 꺾이지 않으면 기업들 심리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급격한 엔고가 초래하는 주가 하락은 기업들의 손실을 키우고 디플레이션을 동반시켜 고용과 임금을 낮춰 결국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일본 경제에 구조적인 정체를 가져와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민간 싱크탱크인 간사이사회경제연구소는 현재의 엔고의 영향에 대해 “엔이 10엔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대범한 단독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간사이사회경제연구소는 올해 GDP 성장률은 2.2%, 내년은 1.7% 전망하는 한편 엔고가 지속되면 당초 예상보다 올해는 마이너스 0.3%, 내년도는 0.6% 하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월 일본 경제성장률은 5%대를 기록한 데 이어 4~6월에는 연율 0.4%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된 바 있다.
현재 시장의 주목을 모으고 있는 일본은행 내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선택여지가 바닥난 가운데 섣불리 개입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다.
한 일본은행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9월 정례 회의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추가완화를 단행해야 한다”며 “큰 효과가 기대되지 않아도 일본은행이 수수방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실탄이 바닥난 만큼 효과와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