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자리에서 밀어낸 중국이 다각적인 방면에서 일본을 조여오고 있다.
중국이 곡물 사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일본 농업 시장에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것.
지난 4월 미국 농무부는 중국이 10만t의 옥수수를 미국에서 매입했다고 밝혔다. 옥수수를 자급해온 중국이 해외에서 이처럼 대량으로 사들인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어서 당시 파장이 컸다.
일본 최대 곡물거래업체인 유니팩그레인은 중국의 옥수수 사재기는 이후에도 계속돼 8월 현재까지 130만t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11년은 450만t, 2012년에는 1500만t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두에서는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2009년도 대두 수입량은 4950만t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전세계 수입량의 57%를 차지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처럼 중국이 곡물 수입국으로 돌아선 것은 식생활의 변화와 함께 식용유 소비, 고기 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용 곡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곡물 사재기에 나서면서 최대 곡물 수입국 중 하나인 일본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일상 식재료인 간장이나 두부의 원료에는 유전자 조작 대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반면 중국이 수입하는 대두는 미국산 유전자 조작 품종이 대부분이다.
미국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린 일본은 “유전자 조작 품종을 재배하는 데는 수고와 노력이 든다”는 이유로 할증료를 납부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할증료는 부셸(약 27kg)당 1.7달러로 10년 전의 3배로 뛰었다.
일본의 한 식품업체 대표는 “일본의 두부 가격은 10년 후면 한 모당 500엔으로 오를 수도 있다”며 “새로운 조달처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금까지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조달했지만 기후 불순과 가격 상승으로 해마다 조달난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식생활 변화는 일본의 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그 동안 일본에서 생산되는 메밀가루의 70~80%는 중국이 수입해왔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메밀 수입을 줄이면서 메밀농사를 접는 농가가 늘고 있다.
메밀 수확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일본 최대 메밀국수가루 제조업체인 니코쿠제분은 10월 1일 출하분부터 컵라면 등에 사용하는 메밀국수가루의 가격을 30% 인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은 2년 반만의 일이다.
신문은 구매력과 공급력을 겸비한 중국의 영향력이 일본의 식탁과 농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