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변동환율제 복귀 후 위안화 달러화 대비 0.81% 절상 그쳐
중국이 기존 달러페그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하겠다고 지난달 19일 발표한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위안화가 소폭 절상에 그쳐 세계 각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6일 고시한 기준환율은 달러당 6.7718위안으로 위안화 가치는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발표 이후 1개월여 만에 0.81% 올랐다.
인민은행 발표 후 2주가 지난 지난 8일 미 재무부는 의회에 환율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환율 변동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위안화 변동폭의 절반은 관리환율복귀제 발표 직후인 지난달 20일 거래에서 이뤄진 것이고 그 이후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5년 7월 중국이 처음으로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했을 당시는 위안화 가치가 처음 1개월 동안 2%, 1년 뒤에는 3.5% 절상됐다면서 현재 절상 속도에 미국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의 리처드 트룸카 의장은 “위안화는 40%나 평가절하돼 있다”면서 “최근의 위안화 환율 변동은 매우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 제조업협회 프랭크 바고 부의장은 “더 큰 폭의 위안 절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 의회의 절상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급증하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도 위안화 절상 폭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지난 6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했고 무역흑자는 200억2000만달러(약 24조원)로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5월 223억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브라이언 잭슨 투자전략가는 “중국이 또 한번의 기록적인 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에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라는 국제적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시간표를 수개월 앞으로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주요 교역국 가운데 환율을 조작한 국가는 없다”면서도 “중국이 위안화를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의 폭으로 절상할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경제에 대한 조사보고서 역시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IMF와 지난 2007년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논쟁을 벌인 이후 IMF의 중국 경제 보고서 공표를 막아왔다.
IMF의 한 관리는 “위안화는 실질적으로 저평가됐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IMF 보고서를 공표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에 배팅한 해외 투기자금의 급속한 유입을 꺼려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없을 것이고 위안화는 복수통화바스켓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오히려 달러에 대해 절하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의 덩시안홍 부국장은 “위안 절상 기대로 핫머니가 다시 급속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핫머니의 급속한 유입은 부동산 및 버블 위험성을 증대시킨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환율시스템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의 유입을 차단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발표 이후에도 인민은행은 여전히 고시환율을 공포하고 환율 변동폭을 고시환율 기준 위아래로 0.5% 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도 위안화 절상이 중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후샤오렌 인민은행 부총재는 “1994년 멕시코, 2001년의 아르헨티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고정환율제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유연한 환율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SAFE도 “중국 금융권이 갖고 있는 위안화 자산을 달러로 환산할 경우 12조300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위안화 절상으로 외환보유고에서 입는 평가손의 5.1배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오시준 인민대학 교수는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구조를 개혁해 지나친 수출 일변도의 중국 경제를 변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