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조ㆍ소비ㆍ고용 지표 일제히 암울
일본 경기 회복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5월 산업생산은 수출 둔화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실업률도 5.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개월 만에 낙폭을 줄였으나 1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5월 경제지표가 일제히 후퇴신호를 보내면서 출범한지 한 달을 맞고 있는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눈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열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
이는 금기시돼온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하는 방안을 거론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본의 소비세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한다.
29일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5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1% 감소했다. 이는 자동차와 기계 등의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해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출의존도 높은 일본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산업생산을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와 운송장비 부문의 생산은 2.7% 감소했다. 주요 시장인 북미와 호주, 아시아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재정긴축 움직임이 일본의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와 중국에서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 잇따른 것도 산업생산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즈호 종합연구소의 마쓰모토 아쓰시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경제성장과 수출을 이끌어온 해외 수요는 기업들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약해질 것”이라며 “그것이 경기가 후퇴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 수요가 계속 둔화할 경우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저조해져 산업생산이 한층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5월 실업률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5.2%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5.0%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실업률 상승은 광의적으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주장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와타나베 히로시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기 동안 구직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고용시장으로 복귀했다는 신호”라며 “실업률 상승이 이를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달 15~24세 연령대의 실업률은 10.3%로 전달의 9.6%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한창 일할 때인 젊은 층의 구직은 여전히 힘든 상황임을 보여줬다.
실업인구 증가로 개인소비도 부진을 보이고 있다. 5월 개인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이같은 감소폭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5%를 넘어서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어지럽히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간 나오토 총리가 내세우는 소비세율 인상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한층 악화시켜 경기 회복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