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채권 확대ㆍ스트레스 테스트 실효성도 의문
제2의 그리스로 지목되고 있는 스페인이 17일(현지시간) 실시한 국채 입찰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이날 스페인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2%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여전한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와 저축은행권 재편, 경기 회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7월 247억유로의 채무상환일을 앞두고 시장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실시한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혀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국채발생 성공 = 스페인 정부는 17일 30억만기와 10년만기 국채 입찰을 통해 35억유로(약 5조2381억원)를 조달,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30억유로 규모의 10년만기 국채의 평균 낙찰이율은 4.864%, 응찰배율은 1.89배였다. 4억7920만유로 규모의 30년만기 국채의 낙찰이율은 5.908%, 응찰배율은 2.45배로 지난 3월 18일 전회 입찰 시의 1.38배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스페인 국채에 대한 강한 수요가 시장의 신뢰 회복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숀 마로니 채권 투자전략가는 “스페인 중앙은행이 16일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심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 신뢰회복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전했다.
국채 입찰 후 스페인 국채의 독일 국채에 대한 프리미엄은 206bp(베이시스 포인트, 1bp=0.01%)로 16일의 221bp에서 축소됐다. CMA데이터비전에 따르면 스페인 국채를 보증하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스프레드도 5bp 하락해 254bp를 기록했다. 주가와 유로도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캐롤라인 앳킨슨 대변인은 “스페인의 국채 입찰 성공은 잘 된 일”이라며 “스페인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시장의 관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 불안은 여전 = 국채 입찰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고 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채 입찰 결과가 발표되기 전 스페인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2%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국채 입찰 성공이 눈앞의 불안은 해소했다 해도 시장은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은 4.8%대로 유럽연합(EU)의 지원 발표 이후 1개월간 1% 가까이 상승(가격은 하락)해 더 이상 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에서의 차입액은 5월에 전달보다 15% 증가한 856억유로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었다.
이 같은 불안은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달리 자국내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은행권의 부실채권에 대한 불안이 배경이다.
스페인 은행권은 호황기에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불황기에 충당금을 줄이는 '탄력적 준비금(dynamic provisions)' 제도를 도입해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카하'라 불리는 45개 대형 비상장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 타격을 입어 비용감축 등을 위해 구조조정에 몰리고 있다.
중앙은행은 카하 합병을 위한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으로 11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 스페인 4위 금융사인 카하마드리드가 추진중인 7개 카하 합병에 드는 비용은 45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겔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스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모든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힘든 시나리오도 견뎌낼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스트레스테스트 믿어도 될까 = 스페인 중앙은행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해 시장의 불안을 끄겠다는 속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은행권 부실의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스트레스테스트는 장기적 측면에서는 은행의 신뢰도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악재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백억유로의 추가 자금을 저축은행에 투입해야 하고 그 재원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으로 돌아가 결국 자금조달 압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스페인 중앙은행이 ECB에서 1년만기로 빌린 4420억유로의 상환기간이 이달 말로 다가와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단기융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스페인 중앙은행은 오는 2012년말까지 8000억유로를 시장에서 차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금액을 시장에서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따라서 FT는 스페인이 안고 있는 문제는 유로존 일각의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로 융자 차환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다 해도 그 자체가 정부의 누적 채무를 단번에 늘릴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그 영향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돼 세계 투자자들의 불안이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