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약세가 겨우 회복 기조에 오른 일본 수출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전기와 자동차 대기업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판매 침체와 거액의 적자로 허덕이다 지난 3월말 마감한 2009 회계연도에 대부분이 흑자전환에 성공, 저력을 과시했다.
이들 기업은 내년 3월말 마감하는 2010년 회계연도에도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장밋빛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WSJ은 소니ㆍ샤프ㆍ마쓰다자동차 등 유럽 시장 비중이 높은 간판기업들이 유럽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유로화 약세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의 파고에서 겨우 빠져 나온 전기ㆍ자동차 업계와 아직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이 연타로 얻어맞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유럽에서 매출의 23%를 올리는 소니의 경우 유로화에 대해 엔화가 1엔 등락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 70억엔(약 7650만달러)이 좌우된다. 소니는 2010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1600억엔으로 잡았다.
소니의 오네다 노부유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업이익 전망치에 그리스 위기의 영향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만일 유로가 현재 수준에서 계속 머문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경제는 수출이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환율은 일본의 경제성장을 좌우할 정도로 파급력이 강하다.
일본 내각부가 20일 오전 발표한 지난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연율 4.9%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연율 5.5~5.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WSJ는 유로ㆍ달러에 대해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시장에서 일본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려 1분기 같은 경기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유로가 약세일 경우 일본에서 만드는 제품의 수출가격을 크게 저하시키는 한편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수익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미 달러 약세에 따른 충격은 더 심각하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년 전 수많은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의 충격을 여실히 경험했다.
그나마 일본 수출기업들은 달러 약세로 입은 손실을 중국시장에서 만회했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고정돼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다행히 미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덕분에 일본 수출업체들은 달러 약세에 따른 손실을 중국을 통해 상쇄하고 더불어 통화가치 변동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일본 전기ㆍ자동차 메이커들은 올해 유로·엔 상정환율을 120~125엔으로 잡고 있다. 유로는 19일 한때 엔화에 대해 112.50엔까지 떨어졌다.
다이와연구소의 미우라 가즈하루 전기부문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유로에 대한 상정환율을 보수적으로 잡았다”면서 “이 수준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는 “엔화 강세가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 위기로 한차례 중병을 앓은 기업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초 샤프의 가타야마 미키오 사장은 “유로에 대한 익스포저를 분산시켰다”면서도 “그러나 유럽 사업은 앞으로 다양한 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