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재정위기로 인해 결국 사임하게 됐다.
브라운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브라운 총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애든버러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 시절 좌파 학생운동에 뛰어들면서 후에 노동당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로빈 쿡, 잭 스트로 등과 교류했다.
로빈 쿡은 에든버러 시의원을 역임했으며 블레어 정권시절 외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 잭 스트로는 현재 법무장관에 재직 중이다.
브라운 총리는 1983년 노동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이후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시절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0년동안 재무장관을 역임하면서 재무통으로 명성을 날렸다.
영국의 최장수 재무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브라운 총리는 재무장관 시절 승승장구 했다.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런던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데 중심 역할을 담당했고 10년 넘게 지속됐던 영국 경기 호황을 이끌었다.
브라운 총리가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10년 동안 영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유럽 다른 나라보다 앞선 2.8%를 기록했고 세금 인상 등의 정책도 강단있게 펼쳐 ‘철의 재상’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지난 2007년 6월 블레어의 뒤를 이어 영국의 새로운 총리로 취임했을 때 영국인들은 준비된 실력자가 등장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재무통으로 불리던 명성과 다르게 취임 후 경제침체와 재정위기로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했다.
2년전 지방선거에서는 경제침체와 저소득층에 대한 10% 감세정책 폐지로 노동당이 40년만에 최악의 패배를 경험했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공적자금 투입 및 부가세율 인하 등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실행하면서 인기가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등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대가 늘면서 브라운 총리는 다시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5월 영국 정가를 들썩이게 했던 세비 부당 청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브라운 총리의 지지도는 곤두박질쳤다.
총선기간 중인 지난달 28일에는 66세의 여성 유권자를 뒤에서 험담한 것이 방송을 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운 총리가 총리직과 노동당 당수직을 사임함에 따라 영국의 정계 개편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노동당 당수직을 놓고 토니 블레어 계파인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교장관과 에드 볼스 초중등교육장관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 협상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