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수장 선임 초읽기…軍 대신 ‘官 시대’ 열릴까

강 전 사장 조기 사퇴…강은호·류광수·문승욱 ‘3파전’ 이목
군 출신 인사 부담에…관료·민간 전문가 부상
기술 리더십 vs 정책 조율력 경쟁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강구영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임기를 약 3개월 남겨두고 조기 사퇴하면서, 차기 사장 인선에 방산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는 차재병 부사장이 사장 직무 대행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새 수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의 차기 사장 후보로는 강은호 전북대 교수와 류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군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동안 KAI 사장은 군과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다. 역대 사장 7명 중 하성용 전 사장만 내부 승진했다. 이번에 사퇴한 강 전 사장도 공군사관학교 30기로, 군 출신이다. 국내 1세대 시험비행 조종사로 KT-1와 T-50 등 국산 훈련기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 역량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왔다. 2022년 9월 KAI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 KAI 내 핵심 임원들을 해고했는데, 당시 KF-21 개발을 총괄하던 류 부사장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재임 중에는 ‘천리안위성 5호’ 개발사업 등 대형 수주를 연이어 실패한 점과 국내 방산업계 호황이 지속되던 지난해 KAI만 실적 부진을 겪으며 경영 성과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2022년 대선 때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함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재임 기간 내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번에 군 출신이 하마평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KAI 본관 전경. (사진= KAI)

현재 거론되는 세 후보 중 강 교수는 행정고시 33회 합격 후 공직에 입문,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당시부터 방사청에서 근무했다. 현재도 전북대 특임교수로 방산 관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 정 장관 역시 행시 33회 출신으로, 산자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2011년 방사청 한국형헬기개발사업단 민군협력부장, 2016년 방사청 차장으로 각각 근무하며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당초 강 교수와 류 부사장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상황에 최근 문 전 장관이 가세하면서 3파전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직 관료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며 “KAI도 산자부 고위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KAI의 주요 사업군이 산업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수출 확대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정부와 유기적으로 사업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할 것이란 분석이다.

FA-50의 폴란드 수출과 KF-21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술 리더십 위해 류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F-21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 부사장은 KAI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현장 실무, 조직 운영에 정통한 항공우주 분야 핵심 인력이다. KAI 해임 이후에도 이 점을 인정받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영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점에서 류 부사장은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단 점도 부각된다.

KAI는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1·2대 주주로, 사실상 정부 주도로 사장이 선임된다. 이에 정권 교체 시마다 정부와 인연이 있던 인사들이 사장에 취임해 온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인사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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