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오천피 약속’이 지닌 무게감

이재명 대통령의 ‘오천피(코스피지수 5000포인트)’ 공약에 국민이 주목한 배경에는 간절함이 있다.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비해 요지부동인 근로소득만으로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워진 시대에 돈이 나올 다른 구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국민에게 남긴 좌절감도 한몫했다. 부동산은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 몇 없는 자산 증식 기회로 여겨졌다. 이제 부동산 진입 장벽은 대다수 국민이 엄두를 못 낼 만큼 높아졌다. 새 정부 부동산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국민은 노후 대비는커녕 당장 몸 누일 곳, 먹고살 길을 둔 막막함에 사로잡혔다.

‘장기 우상향’에 대한 믿음을 가질 만한 자산군에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시장까지 포함된다면, 국민으로서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멀리 보면 나 하나 평생 건사하는 일을 넘어, 인생을 함께 보낼 가족을 꾸리는 일이 손에 잡힐 수 있다는 희망도 안길 수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튼튼한 자산 기반이 저출생·저성장 돌파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새 정부는 오천피를 입에 담았다는 사실의 무게감을 온전히 느끼고 한국 증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유효한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정권이나 그랬듯, 결과물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아무리 정책에 선하고 합리적인 의도가 담겼다 한들 성과가 초라하면 정부를 향한 불신만 커질 뿐이다.

‘허니문 효과’로 시작은 상쾌했다. 최근 한국 증시에 기관과 외국인의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정을 푸는 주요국으로 꼽혀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3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추진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대규모 경기 부양을 추진하며 연초 이후 증시 랠리를 톡톡히 누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 효과가 단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 증시를 한층 매력적인 투자처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장 자율성이라는 ‘금기’를 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묘책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정부는 우선 상법 개정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글로벌 산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구체적 결과가 시장과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칠 경우, 정부 청사진이 정치적 수사에 그쳤다는 눈총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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