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정부가 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준비하는 데 대해 “국가 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추경이라면 분명하게 견제하겠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 대행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혈세는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쓰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라면 국민의힘은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외국 투기자본의 개입을 넓혀주는 방식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기업, 투자자 모두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신중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소액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커져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사법 체계 개편 법안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며 “공직선거법,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은 국가의 뼈대를 구성하는 핵심 제도인데, 이런 법안들이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그건 입법이 아니라 입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대통령의 기소를 막는 조항과 대법관을 늘리는 사안에 대해 국민은 이미 방탄 입법으로 보고 있다”며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김 대행은 “추경과 상법, 사법 체계와 관련한 (김 위원장) 말씀에 언중유골이 있다”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으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다. 깊이 유념하겠다”고 했다.
김 대행은 “국민의힘이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맡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지난 12월 3일 계엄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정치가 다시 국민 앞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정치인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민생이 무너지고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함께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가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치할 자세와 준비가 돼 있다. 정책의 차이는 충분히 토론하되 민생 앞에선 언제든 힘을 모으겠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진지하게 토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