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산업의 중심축, 정부보다 민간이 이끌어야”
“앞으로 3~5년 안에 글로벌 무대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하지 못하면 한국 바이오 산업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컨벤션 앤드 엑시비션센터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네셔널 컨벤션(바이오USA)’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제 바이오 산업은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닌 각국의 전략물자로 간주되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성장하는 시기는 지났다. 민간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 파이프라인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약 개발 주체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전까지 한국은 위탁개발(CMO), 위탁개발생산(CDMO),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임상시험 단계의 기술이나 물질을 기술이전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자체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고, 유한양행은 기술력 가진 바이오텍과 협업해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나가게끔 노력하고 있다. 최근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바이오 산업에 공격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의미있는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을 바이오산업의 경쟁국으로 지목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은 이미 글로벌 빅파마를 소유하고 있으며, 후지필름 등 전통 제조기업이 공격적으로 CDMO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새로운 걸 꺼리는 이전의 일본과 다르다”라며 “중국의 발전속도는 훨씬 빠르다. 기술력에 대한 의심이 있었던 과거는 잊어야 한다. 2022년부터 기술이전과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바이오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어 3~5년 내 경쟁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달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는 크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당선 전에도 여러 차례 좌담회에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분명한 건 바이오산업이 이번 정부에서 키우는 산업의 상위 5가지 중에는 들어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키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은 “정부가 산업을 이끄는 시기는 지났다. 기술과 산업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라며 “퀀텀 점프를 하려면 뒤에서 쫓아가는 ‘팔로워’보다는 앞서가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능력을 믿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로 산업의 도전을 가능케 하고, 벤처와 중소기업이 반복적 실패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경쟁력을 믿고 그 경쟁력이 꽃피울 수 있어야 한국 바이오산업이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가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