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경북문화재단 대표(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필자는 랭글의원을 미국과 한국에서 몇 번 만났다. 랭글 의원을 직접 만나본 느낌은 매우 푸근하고 다정하였다. 랭글의원은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산 농산물도 좋아한다. 배, 김치, 김 등을 매우 좋아한다고 하였다. 2013년 뉴욕에서 개최된 한국 농식품 홍보행사에 참석한 랭글 의원은 한국 배 맛이 좋다고 하면서 자신을 물론, 손자가 너무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동안 손자와의 사이가 나빴는데 한국 배를 먹고 사이가 좋아졌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욕지사에서 선물로 보내준 한국 농산물이 미국 정치인에게도 큰 효과를 보고 있었다. 한국 식품의 수출증진을 위해서는 현지 정치인들과 잘 연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13년에는 필자는 랭글의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주미 대사관 농무관 시절(2003~2007) 한미 FTA 협상과 농식품 검역 현안 해결 등 한미 간 농업 협력과 미국 의회와 원활한 소통 및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였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 쌀 협상 등 한미 간 주요 농업현안 해결을 위해 당시 이태식 주미 대사를 모시고 수많은 미국 상하의원 등을 만나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한 것이 기억이 남는다. 한국 공직자에게 랭글 의원이 감사패를 수여한 첫 사례라고 하였다.
한미 간 농식품 분야에는 많은 현안이 있고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쇠고기, 쌀, 검사검역, 수출입 등 다양한 현안이 있다. 지난해 우리 농식품 수출액은 농식품 및 전후방산업(K-Food+) 수출액을 합하면 약 130억 달러 수준이다. 이중 미국으로 수출액은 16억 달러로 최고 수출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검역, 비관세 장벽 강화, 불확실성 증대 등 리스크가 높아진다. 잘 대응해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속에 한국 식품수출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정부는 우선 중장기적인 방향을 잘 잡고 그간 추진해온 전략을 다시 검토해보자. 당장 올해 10월 말부터 APEC이 경주에서 개최되어 21개국 정상들과 수많은 고위층이 내방한다. 한국 농식품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수출증대를 이루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수출증대의 핵심은 시장·품목 다변화, K-푸드 등 한류 활용, 유통·물류 혁신, 친환경·저탄소 농산물 생산 등 다각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 건강식 트렌드, 온라인 유통채널 확대 등 긍정적 요인도 많다. 사과, 배, 딸기 등 1차 농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나 근본적으로 가격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송, 보관, 검역 등 많은 장벽이 많다. 가공품을 주로 수출해야 하나 중소 농식품 수출업체는 애로가 많다. 대기업은 이미 뜨고 있는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하여 수출을 촉진한다. 얼마 전 식품 대기업 대표는 ‘우동 브랜드’를 선보이며 수출 증대를 시도한다. 정부도 여러 가지 전략을 추진 중이나 중소식품 수출업자는 아우성이다. 수출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녀도 “돈이 되지 않습니다” 라고 하소연한다. “인건비, 재료비 등 원가가 너무 올라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광고와 홍보도 혁신하자. 숏폼홍보와 광고 동영상이 글로벌 추세이다.
근본적으로 한국 농식품에 어떤 ‘테마’를 담을 것인가? 필자는 최근에 뜨고 있는 ‘치유’를 강조한다. 한국 농식품은 기본적으로 ‘치유상품’이다. 한국 음식은 ‘약’이다는 인식을 하도록 하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잘 나타낸다. 1610년 허준 선생이 완성한 동의보감 의학서에도 강조한다. 최근 농촌 진흥청에서 의사들과 공동으로 치유농업의 의학적 효과도 발표하였다. 많은 호응을 받고 관심이 증대된다. 치유농업뿐만 아니라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음식 등 다양한 치유상품이 크게 뜬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새로운 관광 매력 창출과 성장기반 조성을 위해 ‘치유관광산업 육성법’을 제정하여 지난 3월 20일 통과시켰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 농식품도 ” 치유 농식품“으로 전환해보자. 선진국은 치유를 힐링(healing)’으로 하지 않고 ”웰니스(wellness)”로 다룬다. 시대 흐름을 잘 적용한 것이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이 합해진 합성어이다. 이제 한국 농식품을 ‘웰니스 푸드(wellness food)“로 전환해 세계시장에 진출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