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증가 폭 5조 원 넘을 가능성
집값 상승ㆍDSR 3단계 막차 영향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12일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9980억 원 늘어났다. 이달 들어 12일 만에 지난달 증가폭(4조9964억 원)의 절반에 가깝게 불어난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올해 최대인 5조 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9조6259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후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꾸준히 축소됐고 올해 1월에는 4672억 원 감소했다.
그러나 2월 3조931억 원으로 반등한 후 △3월 1조7992억 원 △4월 4조5337억 원 △5월 4조9964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이달 하루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1665억 원으로 지난해 9월(5조6029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달(1612억 원)보다 많다.
가계대출을 밀어 올리는 것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 투자)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해 총 595조1415억 원으로 12일 만에 1조4799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103조9147억 원으로 6002억 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가 부동산 투자 열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주택 공급 부족과 함께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새 정부의 발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상승해 40주 만에 주간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 시 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기존 대비 1000만~3000만 원가량 감소한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가계부채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에 나서지 않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도 진행한다. 별도의 세부 관리 계획도 제출받을 계획이다.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을 취급한 사례가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는데 미래 소득 증가 등을 고려해 과도하게 소득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DSR 70%와 90%가 넘는 고 DSR 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각각 5%, 3%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데, 이러한 목표 비중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수도권에만 70%~80% 수준으로 추가 하향하거나 은행권 주담대에 자본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