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등 밸류업 기대감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코스피지수 3000’ 돌파 가능성을 줄줄이 점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5조39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제21대 대선이 치러진 직후 열린 4일부터는 6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 투자 열기를 뒷받침하듯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새 정부 증시 부양책이 국내 증시 상승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날 JP모간은 향후 12개월 내 코스피가 32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은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또 상법 개정에 대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한다고 약속했다. JP모간은 “한국 시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30%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라면서도 “상법 개정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성공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 확대’, 코스피 목표치를 2900에서 3100으로 각각 올려잡았다. 맥쿼리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증시를 부양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며 “과거 세 번의 민주당 계열 정권에서 증시 랠리를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버딘인베스트먼트, 프랭클린템플턴 등은 최근 한국 주식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 일본처럼 한국 역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으로 증시 부양 효과를 거둘 것이란 예상이 그 배경이다.
이런 외국계 투자은행의 전망은 국내 증권가의 관측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높아지며 외국이 순매수가 빠르게 유입되며 코스피가 연내 3000을 넘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기대와 빠른 외국인 순매수가 동반되며 코스피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2배에서 1.0배로 상승했다”며 “법안 통과 속도와 내용, 추가 대기 법안 현실화 여부 등에 따라 3000을 오버슈팅한 3100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400~2900p에서 2600~3150p로 상향 조정한다”며 “주주환원 강화와 기업이익 개선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추가 상승을 지수 전망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6년도 미국 예산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코스피 단기 조정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예산안을 두고 의회에서 마찰이 빚어질 경우, 국내 지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지수 궤적은 3분기 조정, 4분기 반등을 예상하며 저점은 3분기 초중반에 나올 수 있다”며 “미국 재정 리스크가 조정 요인이며, 4분기는 주요국 통화 완화와 증시 수급 개선으로 반등 가능성이 커 조정 시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