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 발의 겨냥해 “정치 아닌 의료적 접근’ 요청

대한의사협회가 ‘족보 문화 탓에 의대생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다’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의대생들의 집단 행동 취지를 왜곡하고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비대면 진료 등 의료 현안을 담당할 책임자를 임명하고, 조속히 대화를 시작할 것을 요청했다.
의협은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의대 교육과 비대면 진료 등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6일 ‘의대 교육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9일 사업계획을 각 대학에 안내한 바 있다. 안내 공문에는 사업의 예시로 ‘문제은행 플랫폼 구축 등 학생에 대한 학습·평가 지원 강화’가 포함됐는데,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정부가 의대에 만연한 시험 족보 문화를 손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대의 선후배 간 족보 문화가 의대생 복귀를 막는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대생들이 학업에 복귀하지 않는 것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를 지적하며 “의대생들이 돌아가지 않는 것을 소위 족보 문화 때문으로 규정하는 일부 언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현재의 의학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는 구시대적인 족보문화를 탈피한 지 오래됐으며, 문제은행식 출제 및 문항 출제를 위한 의대와 교수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대학 과정에서의 족보문화는 대부분의 학과에서 학생들의 학습 편의를 위해 이뤄지는 자발적 정리문화인데, 굳이 의대에 국한해 족보문화가 있는 것으로 호도하면서 학생들의 주장을 왜곡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의협은 그동안 교육부가 의대 교육여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허용되어야 한다는 접근법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라며 “최근 발의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들은 과연 환자 측면에서 안전성이 고려되고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의 초진은 세계 어디에서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이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시 허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라며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같이 18세 미만 환자에서 초진을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환자의 문제를 방기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약 배송을 제외한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약국에 가는 것이 의원을 방문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되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보건의료 심각 단계에서 사실상 무제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실제로 건강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 편의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비급여 약제 및 탈모 치료제, 여드름약 등 시급성이 없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약제들이 대거 처방되고 있는 실태를 보건 당국은 규제해야 함에도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새 정부를 향해 “비대면 진료라는 새로운 진료형태를 적용하는 데 있어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며, 정치적 접근이 아닌 의료적 접근이 기준이 돼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아직 정부 각 부처의 책임자들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협은 새로 구성될 정부와 현재 의료현장의 정상화를 위해 빠른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