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인앱결제 30% 수수료, 창작자 수입은 절반 이하
출판계 연 800억 피해⋯게임·영화·음악 등도 불공정 논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전자출판협회가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와 고율 수수료 적용과 관련해 미국에서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이번 소송은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독점행위에 대해 국내에서 제기하는 첫 소송이다.
출협은 10일 서울 종로구 출협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앱결제 등 구글과 애플의 디지털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지난달 23일에 애플, 이달 4일에 구글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란 모바일 앱 내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 내 콘텐츠(게임 아이템, 구독 등)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애플과 구글은 인앱결제 시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즉 개발자나 콘텐츠 제공자는 수익의 30%를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앱을 통해 전자책을 구매한 경우 외부 결제에서는 1만 원이던 금액이 인앱결제를 거치면 1만3000원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이 같은 금액 인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출협은 인앱결제 수수료로 국내에서 피해 본 금액은 출판분야에서만 연간 600억~8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독점 행위는 출판계를 넘어 게임, 음악, 영화 등 문화 콘텐츠 등 앱 생태계 전반의 발전은 물론 이용자 및 소비자의 비용 부담 증가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게 출협의 설명이다.
출협은 이번 소송에서 △최대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인하 △제3자 인앱결제 시스템의 자유로운 도입 허용 및 관련 수수료를 대폭 인하 등을 주장할 예정이다. 아울러 과거 구글과 애플의 독점적 지위 남용으로 인해 한국 개발자들이 입은 금전적 피해에 대한 배상 역시 청구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전자 출판 문제로 시작해서 이 문제를 계속 보니 앱 개발 전반의 문제였다”라며 “게임 등 다른 업계는 직접적으로 이 소송에 나서는 걸 꺼린다. 구글이 괴롭혀도 (출협은) 손해를 보는 게 적어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대표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을 맡은 이병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한국이 디지털 및 모바일 분야 매출이 전 세계 4위 수준”이라며 “인앱결제로 인한 매출도 1년에 5조~6조 원 수준이다. 구글과 애플이 고속도로 통행료처럼 돈을 뺏어가서 다른 여러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구글과 애플 상대로 미국 앱 개발자들이 소송을 제기해서 보상을 받는 사례가 있다. 이건 미국 개발자들만 인정된 것”이라며 “미국 외에 있는 개발자들은 보상 결정 합의에 포함이 되지 않아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한 거다. 국제적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강제 금지’를 법제화한 바 있다. 구글이나 애플 등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할 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국회에서 이 같은 법이 통과되었지만 구글과 애플이 사실상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는 등 앱 마켓 독점과 불공정 행위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는 게 출협의 설명이다.
박용수 출협 상무이사는 “전자 출판물은 스마트폰 기반의 시장이다. 구글과 애플이 결제 수수료의 30%를 부과하면 창작자가 받아가는 수익은 40% 미만”이라며 “이번 소송은 형법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인앱결제 강제를 통해서 얻어간 수익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애플 측은 "애플은 한국 개발자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앱스토어는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한 개발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며 "이번 소송은 앱스토어의 운영 방식에 대해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은 앞으로도 앱스토어가 사용자에게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한국 개발자들에게는 훌륭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