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 자본시장부 코스닥팀장
‘시장과 싸우지 말라’ 당근책 제시
중장기 안목으로 정책조화 이루길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기간 중 이재명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정책은 자본시장 활성화다.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21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이야기하고, 상법개정을 통해 오너가 아닌 주주를 위한 법 개정을 말한 후보는 이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중 핵심적인 것은 상법개정안과 최대주주의 저PBR을 통한 상속세 줄이기 방지법이다. 이 두 가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주가지수가 3500 이상 가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라면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주식시장 격언대로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증시 5000포인트는 현재로서는 진심일 것이다. 아니 진심이어야 한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고 한 대선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득표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중도보수라고 할 수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비등비등한 수준의 득표율이다. 이 같은 투표 결과는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흔들리면 언제든지 정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윤석열 정부가 경쟁 후보들과 달랐던 대표적인 공약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폭등한 부동산 정상화였다. 그러나 당선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여가부는 존속됐고, 미 금리 인상에 부동산이 하락하려고 하자 떠받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당선 뒤 초심을 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국회의원 선거 대참패에 이어 결국 스스로(?) 탄핵까지 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차별화된 정책으로써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최종 유세에서도 상법개정안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환차익과 정부의 강한 자본시장 활성화에 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은 이미 밀물처럼 유입되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 격언에는 ‘정부는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부가 시장과 싸우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상법개정과 저PBR을 통한 상속 방지법과 동시에 배당세나 상속·증여세 개정 등 최대주주들에게도 숨통을 틔워 줄 당근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빠져나갈 방안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힘으로 누르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시장이 망가지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또 법인세를 비롯해 미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평균 세수 항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법인세가 전체 세금 비중에서 높은 나라도 찾기 힘들다. 상속세를 폐지해도 미국의 5분의 1,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밖에 내지 않는 재산세만 현실화해도 전체 세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상법개정안과 최대주주의 저PBR을 통한 상속세 회피 방지 법안은 민주당의 이념과 맞아 떨어진다. 반면 법인세 인하는 기존 민주당 이념과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 또 민주당 의원 역시 전체 재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인 상황에서 재산세를 현실화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상법개정안과 최대주주 저PBR 상속세 회피 방지 법안만 밀어붙이면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오르고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처럼 자본시장과 맞서다 실패해 다시 정권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skj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