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설계"vs"정체성"…삼성물산-현대건설, 압구정 2구역 대전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압구정2구역'을 차지하기 위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남4구역'에 이어 다시 한번 펼쳐지는 대결에서 삼성물산은 혁신 설계,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란 정체성을 무기를 꺼내 들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압구정 2구역의 혁신적인 대안 설계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 거장으로 꼽히는 노만 포스터가 이끄는 영국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노만 포스터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AIA(미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 RIBA(영국왕립건축가협회) 로열 골드메달 등 모두 석권한 인물이다.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와 런던 시청사, 홍콩 HSBC 본사, 두바이 ICD-브룩필드 플레이스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설계했다.

삼성물산은 기존 압구정2구역 설계안을 바탕으로 △한강 조망 극대화 △정교하고 효율적인 주거동 배치 △단지 내 주요 동선 최적화 등의 대안 설계를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대안 설계로 사업 지연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달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시중 은행들은 사업비·이주비·중도금 대출을 포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조달 컨설팅, 금융 주선 등의 역할을 한다. 삼성물산은 향후 삼성증권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와도 협업할 계획이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은 "압구정2구역을 세계가 부러워할 글로벌 최정상의 주거명작으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한 경험을 앞세워 '압구정=현대'란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총 4건의 상표권을 출원하고 상표 등록을 위해 대형 법무법인도 선임했다. 상표권 등록 이후 명칭에 대한 권리를 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징적인 단지명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측은 시대와 역사를 대표하는 명칭은 단순한 이름을 넘어 본질적인 가치와 궤적을 담은 정신의 일부라며 '압구정 현대'란 불변의 정체성을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정통성을 지키고 그 위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과 연계해 인근 현대고 유휴부지 개발도 추진한다. 초등학교·국제학교 등 교육시설을 만들어 압구정2구역을 강남권을 대표하는 주거·교육·문화 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는 의지다.

이와 관련해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단순한 개발 협력을 넘어 압구정 현대의 가치와 정체성을 다음 세대까지 잇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사업의 금융 안정성 확보를 위해 13개 금융회사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한 은행 7곳, NH투자증권 등 증권사 7곳이 현대건설과 협력하기로 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9·11·12차) 1924가구를 2571가구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총공사비는 약 2조4000억 원이다. 조합은 이달 중 입찰공고를 내고 9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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