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각장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마포구가 또다시 충돌하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기한을 20년에서 시설 폐쇄 시까지로 변경하려 하자 마포구가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30일 서울시청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의 관련 약식브리핑을 열고 “마포자원회수시설은 2001년 착공 당시부터 마포구 포함 자치구 간 공동이용을 목적으로 건립된 시 소유 시설로, 시가 설치 및 운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한 변경 관련해서는 폐기물관리법과 관련 조례 규정을 준수해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자치구와 협의를 적법하게 추진, 이행했다”고 부연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1995년 8월 마포구에서 자원회수시설 건설 추진을 결정하고 9월 서울시에 건설을 요청하면서 계획이 수립됐다. 2001년 11월 착공해 2005년 5월 준공을 마치고 그해 6월 사용을 개시했다. 착공 전인 1997년 12월 마포구, 중구, 용산구 3개구가 공동이용 협의를 진행하면서 사용 기한을 개시일로부터 20년으로 정했다. 이후 2009년 2월 종로구와 서대문구까지 추가되면서 5개 자치구가 공동 이용하는 시설로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중구, 용산구, 종로구, 서대문구는 마포 시설 이용을 시작하면서 마포구에 42억~67억 원을 일시금으로 납부했고, 매년 시설 반입 수수료의 20%를 마포구 발전기금으로 내고 있다.
논란은 사용 기한 만료일인 올해 5월 31일이 다가오면서 발생했다. 서울시는 사용 기한을 시설 폐쇄 때까지로 바꾸는 개정을 추진했다. 마포 이외 양천, 노원, 강남 자원회수시설의 사용 기한이 시설 폐쇄까지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시는 지난 16일 마포구를 제외한 중구, 용산구, 종로구, 서대문구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시한 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변경)협약’을 진행했다.
그러자 마포구가 자신들을 배제한 채 진행된 협약은 무효라며 일방 변경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협약 당사자인 마포구 동의 없이 연장 협약을 강행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폐기물 관리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공동이용 관련 협의를 적법하게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마포구를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 시는 “4월 10일 마포구 담당 및 책임자와 협의 절차에 착수, 5월 마포구청에 4회 공문으로 협의를 요청했고, 4회 직접 방문해 관계자 협의 진행을 위한 절차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 16일 운영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13일 5개 자치구와 마포주민지원협의체에 참석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마포구가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관련 서울시의 항소 취하 등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최 당일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을 두고 수년간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1월 법원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마포구 신규 소각장 건설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마포구는 이번 공동이용 협의 과정에서 서울시에 항소 취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예 참여를 거부한 것이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사전에 약속을 잡고 26일 구청까지 찾아갔으나 구가 일방적으로 면담 거부를 통보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마포구의 ‘동의 없이 연장 협약을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당 문제는 ‘합의’가 아닌 ‘협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시 조례는 관외 생활폐기물을 반입할 경우 시설 소재지 구청장 및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소각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20005년 ‘합의’에서 ‘협의’로 개정된 결과다. 대법원은 2000년 판결에서 ‘협의’에 대해 “자문을 구하라는 것이지 그 의견을 따라 처분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지자체장은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 시 조례는 시장이 구청장에게 폐기물 처리시설 공동이용을 권고할 수 있고, 구청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신규 소각장 건설 관련 법원에 항소했다는 이유로 마포구가 기존 소각장 공동이용 협약을 방해하고 거부할 수 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규 소각장은 이미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문제인데, 이것을 기존 소각장의 운영 조건으로 내세워도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시는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마포 소각장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음에도, 마포구가 이에 협조하지 않고 실력으로 공동이용 자치구의 반입을 저지할 경우 4개 자치구는 연간 약 189억 원의 경제적 비용이 부당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