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통합, 업태 혁신 등 4가지 해법

경기 불황 속에서도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혁신 유통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유통혁신 기업들은 △상품 세분화 △납득 가능한 가격 △공급망 통합 △업태 혁신 등 네 개의 해법을 중심으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불황을 이겨낸 일본 혁신 유통기업의 대응사례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일본 유통기업들의 혁신사례를 소개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선택지를 줄여야 고객이 편하다’라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일본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DIY용품 전문점 ‘한즈만'은 이같은 상식을 깨고 2024년(2024년 7월~2025년 3월) 매출액과 내점객 수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1%, 103% 증가했다.
한즈만은 고객이 원한다면 다 해준다는 고객 제일주의를 실천하는 상품정책을 통해 한 매장에 20만 개가 훌쩍 넘는 압도적인 상품 다양성을 확보했다. 목공, 전기, 정원, 배관 등 각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시로 한즈만에서 파는 나사 종류만 1만 가지에 달한다.
박경도 한국유통학회장은 "한국 유통은 팔리는 상품에 지나치게 집중해 세부적 니즈와 욕구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면서 “고객이 ‘이건 나를 위한 제품’이라고 느끼는 감동은 가격 경쟁력보다 훨씬 강력한 충성도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할인슈퍼마켓 ‘오케이'는 정직카드를 통해 값이 올랐다는 사실만 적는 게 아니라 왜 올랐는지, 품질은 유지됐지, 가격은 언제 다시 조정될 수 있는지까지 매장 내 모든 주요 상품 옆에 설명해둔다. 오케이는 정직카드 시스템을 통해 고객과 강력한 신뢰를 구축하며 고객만족도 13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김창주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교수는 오케이 사례에 대해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소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유니클로와 교무슈퍼는 기획-제조-물류-매장-소비자 피드백까지 하나로 연결된 전방위 수직통합형 운영 모델을 통해 소비자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며 고성장 중이다. 세부적으로 유니클로는 ‘우리는 정보로 옷을 짓는 회사다’라는 모토 아래 전 부서를 통합하고 부서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정보제조 소매업 혁신을 이뤄냈다. 교무슈퍼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대부분을 자체 식품제조 계열사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일본의 유통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업태혁신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리테일'은 어린이 전문매장과 푸트코트 및 즉석조리식품 강화, 체험형마켓 운영 등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대형마트를 가족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본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라이프'도 셀프스캐닝카트, 전자가격표시기기 등 첨단기술을 매장에 적용한 차세대 슈퍼마켓 4.0 모델을 도입해 디지털·지속가능·체험형 매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일본 유통업계는 정반대 전략으로 불황을 기회로 바꿨다”면서 “한국도 고령화와 소비 침체라는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강점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근본적 체질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