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슈퍼컴 6호기 3825억 원 최종 계약…HPE 낙찰
세계 10위 수준 고성능 연산…AI·우주·양자·기상 등 연구 활용

과학·연구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슈퍼컴퓨터 6호기가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슈퍼컴 6호기 구축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휴렛팩커드유한회사(Hewlett Packard Enterprise·HPE)가 3825억 원(5년간 유지보수비 780억 원 포함) 규모의 계약을 12일 최종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입찰에 2개사가 참가했고, HPE가 최종 낙찰 대상자로 선정됐다.
슈퍼컴 6호기는 엔비디아의 ‘GH200’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8496장을 탑재했다. 600페타플롭스(PF·1초당 1000조 번 연산하는 성능)급 연산 성능, 205페타바이트(PB)의 저장 공간, 400Gbps 이상의 초고속 네트워크 성능을 갖출 예정이다. 세계 10위 이내 슈퍼컴퓨터로 등재될 수준이다.
슈퍼컴 6호기는 대규모 고정밀 과학‧공학 계산과 초거대 인공지능(AI) 분야의 연구개발(R&D)을 폭넓게 지원한다.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 시뮬레이션뿐 아니라 대규모 과학‧공학 계산, 초거대 AI 모델 연구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6호기는 성능 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된다. 이식 KISTI 원장은 "내년 상반기쯤부터 사용자들이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서 자원 할당을 받고 쓸 수 있을 거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TI는 내년 초 6호기 이름 공모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슈퍼컴 6호기 구축 사업은 그간 GPU 가격 급등으로 5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그 사이 공공 부문에서는 고성능 GPU 인프라가 부족해 연구자들이 AI 모델 개발, AI 활용 연구 등에 필요한 고가의 GPU를 개별로 구매하거나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R&D 연구비로 충당해야 했다. KISTI가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지난해 기준 세계 75위에 수준이라 연구계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식 원장은 "4~5년 정도 전임 원장 시절부터 슈퍼컴을 도입하고자 했는데, 운이 없었다. (과거) 예산을 3000억 원까지 확보했는데, 챗GPT가 터지면서 GPU를 구할 수 없어 새로 예산을 증액하다 보니 2년이 또 걸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도입이 늦어져서) 연구자들한테 미안함이 있었는데 일이 마무리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슈퍼컴 6호기 구축이 완료되는 즉시 다양한 수요를 신속히 지원할 계획이다. 그간 누적된 수요가 한꺼번에 해소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정부출연연구소 등에서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AI+S&T(인공지능+과학기술) 공공인프라’ 구축 방안도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슈퍼컴 6호기 세부 운영 계획은 6호기 구축이 완료될 무렵 수립할 예정이다. 정부는 일단 기초‧원천연구 40%, 공공‧사회현안 20%, 산업활용 20%, 공동활용 20% 계획을 세웠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하반기에 운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그때 배분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슈퍼컴퓨터는 7~8년 주기로 교체됐는데, 정부는 향후 교체 주기를 해외 주요국과 비슷하게 5~6년 정도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식 원장은 "재정 여건과 같이 맞물리긴 하겠지만, 교체 주기가 더 빨라질 거로 예상한다"면서 "5호기는 여전히 원하는 사용자들이 있지만, 전체 그 수요를 가져갈 수 없어서 작은 연구소라든지 대학 같은 데서 저희한테 신청하게 되면 역시 공정한 심사를 통해서 나눠서 드리게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