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2000년 금융위기·코로나 이후 최저"
美 1.3% 성장 전망…작년 2.8% 대비 반토막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종전 전망(지난해 11월·3.0%) 대비 0.3%포인트(p) 내린 2.7%로 내다봤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의 상당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주요국 간 협상 결과, 관세 실부과 이행 정도 등에 따라 성장률 변동성도 클 것으로 전망됐다.
KIEP는 13일 발표한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에서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며 "올해 세계경제는 작년보다 0.5%p 감소한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경제 성장률 2.7%는 2000년 이래 닷컴 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2020년) 시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관세 및 무역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통화정책 불확실성 △역자산효과와 금융 불안·부채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의 대미 무역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어떻게 확정되는지도 성장률 중대 변수로 거론됐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 성장은 크게 둔화하고 유럽과 일본 경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파격적인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투자가 크게 둔화하며 올해 종전(2.1%) 전망 대비 0.8%p 하향 조정한 1.3%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성장률(2.8%)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셈이다. 유럽과 일본은 미국 관세 정책,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무역·투자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올해 각각 0.8%, 0.6%의 저조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미국 관세정책과 역내 주요 무역국 수요 부진,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영국도 무역 불확실성 증대로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등 주요국 간 관세 인상과 보복 조치의 악순환으로 무역전쟁이 전면화될 경우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국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높은 관세가 수입가격을 올려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높아진 기업 불확실성이 설비투자 및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투자를 지연시켜 전 세계적인 투자 위축을 유발, 한국 등 교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이 원장은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합의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원만히 이뤄진다면 통상마찰 하방 리스크가 다소 줄어들 여지도 존재한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국제공조 약화는 우리 수출기업과 금융시장에 직간접적 충격을 실제로 주고 있어 면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경우 중국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대미 무역 전쟁,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하방 압력으로 4.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는 민간 투자·소비 등 정부지출 확대 등으로 6.4%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아세안 5개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 증대로 성장률이 6.4%로 다소 둔화할 것으로 봤다.
러시아는 지정학적 긴장 지속, 고물가·고금리, 재정 압박 등 복합 요인으로 작년에 비해 크게 위축된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전체적으로 세계경제 하방 압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망됐다"며 "전 세계가 예년만 못한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가 뚜렷하다. 미국, 유로지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국도 과거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5~2019년 연평균 성장률(3.4%)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내년 세계경제는 일부 유럽 국가의 반등으로 올해보다 소폭 상승한 2.9%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정책 불확실성 지속 우려에도 올해 낮은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 금리 인하 단행 시 소비·투자 여건 개선으로 소폭 반등해 1.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 지역은 오랜 기간 부진했던 독일이 5000억 유로의 특별 인프라 기금 집행 등으로 내년 성장률(1.0%)이 반등하며, 프랑스·영국도 금리 인하 및 정부의 경제회복 지원 등으로 각각 0.9%,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글로벌 교역 축소에 따른 수출 부진 등으로 내년 0.4% 성장할 것으로 봤다. 중국은 내수 진작을 위한 경기부양책에도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4.0%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