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업계는 지금도 여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많은 게임이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 중입니다. 단명한 IP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장기적인 흥행에 성공하는 IP들도 있기 마련이죠. 이렇게 장기적으로 살아남은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IP 중 하나가 바로 삼국지 IP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게임성은 신경 쓰지 않고 삼국지 IP만으로 한탕 하겠다는 심보로 노골적인 과금 정책에만 몰두하는 모바일 게임들이 많아지며 “아재들 주머니 털기에만 혈안이 된 삼국지 게임은 믿고 걸러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IP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이처럼 한 달에 최소 1~2개 이상의 관련 IP 게임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삼국지 IP는 게임업계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3050세대 게이머에게 만화와 소설로 보았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점, 게임사 입장에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IP라는 점이 영향이 준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지를 좋아했던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삼국지 IP 게임,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듯, 수많은 삼국지 IP 게임 중 어떤 게임을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1985년 ‘삼국지 1’을 출시하며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소설, 만화, TV, 영화에서 활약하던 삼국지의 영웅들을 게임 속에서도 활약할 수 있게 했죠. 삼국지 IP 게임 중 30년 넘게 이어진 시리즈는 이것이 유일해요.
장수 육성과 내정, 전쟁 시스템 등 삼국지 세계관을 구현했죠. 게이머는 이 게임을 통해 자신이 좋아했던 세력이나 영웅으로 실제 역사에선 실패했던 삼국 통일에 성공했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어 흥행에 성공했어요. 또한, 이 시리즈에 사용된 장수 일러스트들은 삼국지 팬들에게 크게 각인돼 타 삼국지 게임에서 이와 동떨어진 외모를 선보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말까지 나오게 됩니다.
이외에도 시리즈별로 게임시스템 변경이 극단적이라 매번 새 작품이 나오면 게이머들의 호불호도 극단으로 나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도 소극적인 변화보다는 적극적인 변화의 시도가 낫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14편까지 모든 시리즈가 입맛에 맞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삼국지 IP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전통의 맛’을 한 번쯤은 느껴보는 걸 추천합니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가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장수 시리즈라면,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일기당천 액션, 이른바 ‘무쌍류 액션 게임’의 시작을 알린 장수 시리즈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시리즈 역시 20년이 훌쩍 넘었죠.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한 번쯤은 해봄직한 작품입니다. 21세기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을 달성한 삼국지 IP 시리즈이고, 디아블로 시리즈와 같은 핵앤슬래시 장르와도 결이 맞닿아 있어요. 단 하나의 캐릭터로 수천 명의 적을 몰살시키는 쾌감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 중 하나죠.
시리즈의 고질적인 단점으로는 내러티브의 부재, 발전이 없다시피 한 게임성 등이 꼽혀왔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발매된 ‘진삼국무쌍:오리진’이 게임성을 일신하며 기존 단점들을 상쇄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어요. 역대 최고 수준의 적병 수는 물론 시리즈 최초로 오리지널 캐릭터를 등장시켜 내러티브가 강화됐죠. 이 시리즈에 흥미를 느낀다면 가장 최신작을 플레이해보는 것이 좋다는 게 팬들의 평가입니다.
'토탈워: 삼국'은 영국의 게임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에서 제작한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이 게임사는 주로 고대 유럽, 중세 유럽, 일본, 판타지 배경의 토탈워 시리즈를 만들어 왔는데, 삼국지나 중국을 소재로 한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죠.
대부분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많아야 수백 명 단위의 유닛만 컨트롤 할 수 있는 데 반해 토탈워 시리즈는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100만 단위까지는 불가능하지만, 플레이어가 한 번에 조종할 수 있는 수천 명 이상의 병력이 전장에 구현돼 실제 대규모 전면전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토탈워: 삼국 역시 대규모 전면전의 재미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전면전에서 크게 활약하는 삼국지 장수들의 모습도 구현했죠. 이 작품은 출시 직후 큰 호평을 받았는데, 이는 당시 삼국지 IP 경쟁작으로 꼽히던 코에이의 ‘삼국지 14’가 기대 이하로 나온 영향도 있었습니다.
대규모 전투의 재미 면에서는 삼국지 IP 중 가장 압도적인 게임이지만, 2025년 현재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선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개발사에서 사후 지원을 중단한 상태라는 점이에요. 예고했던 여러 다운로드 콘텐츠(DLC) 역시 개발 취소에 들어가며 “적벽대전이 없는 삼국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비판도 받았죠.
더 이상의 추가 DLC나 업데이트는 없지만, 현재도 스팀에서만 수천 명의 게이머가 플레이 중인 만큼 대규모 전략 시뮬레이션에 흥미가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수작입니다.
이전까지 소개한 게임과 달리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는 삼국지 스토리에 요괴 판타지가 섞인 게임이에요. 이 작품이 출시된 2023년은 소울라이크가 대세였고, 이 작품 역시 그 대세에 충실히 따랐죠.
와룡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삼국지 스토리가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삼국지 스토리 초반부를 배경으로 황건적 등 요괴와 결탁한 적들을 무찌르는 내용이라 사실상 판타지 요소가 주된 특징이에요.
소울라이크 장르는 어려운 난이도로 유명한 만큼 와룡 역시 해당 장르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플레이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적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천하에 이름을 날리기 전인 삼국지 장수들을 만나는 것 역시 새로운 볼거리고, 스타일리쉬한 액션 게임에 관심이 많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죠.
삼국지를 좋아하는 3050세대들 이전엔 무협을 좋아하는 그 윗세대가 있었습니다. 무협지 역시 당대 큰 인기를 누렸지만, 세월 속에 그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사용되고 있는 삼국지 IP가 무협처럼 서서히 잊혀갈지, 아니면 새롭게 재탄생해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