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재건축 최대어’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수주를 놓고 정면 승부에 나선다. 총사업비 2조 원이 훌쩍 넘는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두 건설사의 명예를 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말 총회에서 시공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른바 '재건축 끝판왕'으로 불리는 압구정 2구역은 강남 한강변 초역세권에 있는 상징적인 입지로 총사업비 약 2조4000억 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압구정 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 9·11·12차 단지로 용적률 300% 이하, 최고 65층, 2571가구(임대주택 321가구 포함)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압구정 6개 구역 중 유일하게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주전에 출사표를 던진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를 다투는 두 건설사의 맞대결인 만큼 양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삼성물산은 압구정 2구역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Lounge'를 개관하며 본격적인 수주전에 돌입했다. 이곳에서는 미래 주택 단지 모형도와 설계 개요를 비롯해 삼성물산의 초고층 빌딩 시공 경험을 전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고 높이 1위인 UAE 부르즈 할리파(828m), 2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빌딩(679m) 등을 성공적으로 완공한 기술력을 강조하며 압구정 2구역 역시 글로벌 랜드마크 수준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층간소음 저감 기술과 스마트홈 설계, 친환경 건축 자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압구정 2구역을 미래형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개포주공 6·7단지와 잠실 우성 1·2·3차 등 주요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압구정 2구역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비사업팀 1군을 강남사업소로 집결시키며 수주를 위한 사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은 "브랜드와 사업 지역에 걸맞은 독보적 가치와 품격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사업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한 '압구정 터줏대감'으로서 수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시공권을 내준 만큼 이번 압구정 2구역에서는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2023년 말 '압구정 재건축수주 TF'를 구성했고 올해 초 이를 '압구정 재건축영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 현대' 등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한글과 한자로 출원하며 브랜드 계승과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상표권 확보는 단순한 네이밍 경쟁이 아닌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대한 역사성과 입주민들의 자부심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는 50년간 강남 부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며 "해당 명칭에 대한 상표권 출원은 향후 브랜드 보호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전이 단순한 시공사 선정이 아닌 향후 주요 도시정비사업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전장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2구역 수주는 한 단지의 재건축을 넘어 향후 여의도와 성수동 등 대형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