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을 확 사로잡은 화려함의 민낯이 케이크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과대’라 하기엔 너무 예쁘고, ‘가심비’라 하기엔 묘한 배신감이 따라붙은 투썸플레이스의 신상 케이크를 향한 시선이죠.
가정의 달과 황금연휴가 겹친 요즘, 꽃 모양 장식과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주목받은 투썸플레이스의 크림 케이크가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선물용으로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포장을 제거한 후 마주한 실제 케이크의 모습에 당황했다는 후기가 속출했습니다.

이번 가정의 달을 맞아 투썸플레이스가 선보인 케이크는 2종인데요. 순백의 플라워 장식이 돋보이는 2단 케이크 ‘화이트 플라워 케이크’와 오간자 리본 띠지로 부드러운 색감을 더한 ‘플라워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입니다. 가격은 각각 4만3000원, 3만9000원으로 레몬버터크림이 샌드된 파운드시트에 베리꿀리, 자두 복숭아잼과 북숭아 콩포트, 복숭아 생크림이 어우러진 생크림 케이크입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반해 손에 들려온 케이크가 띠지와 포장을 벗겨내면, 생크림 외벽도 없는 겹겹 시트 ‘민낯’과 어색한 만남이 이어지는데요. 첫인상은 환호였지만, 이후는 탄식이 흘러나왔다는 평이죠. ‘벌거벗은 케이크’가 이런 모습일까요? “이 정도면 사기다”, “카스텔라에 맛보기 생크림을 얹어 둔 건가?”, “손바닥만 한 크기에 이 가격이 오로지 포장 값이었다니”, “예쁜 상자값에 2만 원은 들어간 듯”이라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신상 케이크를 향한 비난은 과거에 이미 당한(?) 이들의 불만이기도 했는데요. 2월 밸런타인데이 한정으로 출시된 ‘피스타치오 딸기 무스 케이크’가 선배입니다. 해당 케이크는 대표적인 포장 논란 사례로 꼽혔죠.
당연 ‘초콜릿’이라 여겼던 붉은 하트 장식이 그저 장식이었을 뿐이라는 황당함이 따라왔죠. 그 ‘장식’ 때문에 이 케이크를 택한 이들이 많았기에 당황스러움은 더 커졌는데요. 화려함에 비해 내부는 ‘평범’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 부직포 재질의 띠지를 벗겨낸 후 모습이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샀습니다. “예쁘긴 한데 속이 없다”는 평가가 잇따랐는데요. 당시 투썸플레이스 측은 “띠지는 장식 보호 및 오염 방지를 위한 요소이며, 비주얼 강화 목적”이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거기다 4월 투썸플레이스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는데요. 대표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을 포함한 케이크·커피·음료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인상한다고 공지했죠. 특히 스초생은 2000원이 올라 3만9000원이 됐고 레귤러 아메리카노도 200원 인상된 4700원이 되면서 가격에 대한 불만이 추가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그 “포장 값을 사는 거다”라는 당연한 반응도 나왔는데요. 이미 그 케이크는 ‘첫인상’으로 그 값을 다했다는 평이죠. 실제로 플라워 케이크과 복숭아 케이크는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인증샷에서 그 자태를 뽐냈는데요. 특별한 포장이나 장식품이 없어도, 해당 케이크만으로 이미 완벽하다고 말이죠.
또 가격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의견도 반박했는데요. 실제 요즘 케이크의 가격이 3만 원이 훌쩍 넘는 현실 속에서 예쁜 포장과 맛까지 챙긴 ‘적당한 가격’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포장을 벗긴 후에 모습이 사실 초라하긴 하지만, ‘포장을 벗겼기 때문’이라고요. 또 그 내용물은 충분히 ‘투썸 케이크’답게 기본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실제로 케이크 가격은 몇 년새 급상승했는데요. 먼저 유제품, 과일, 밀가루와 설탕 등 원재료비가 상승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유·버터·생크림 등 유제품과 딸기·망고 등 수입 과일의 가격이 2022~2024년 사이 크게 상승했으며, 밀가루와 설탕 등의 곡물가 역시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죠. 해외 수입 원재료에 대한 물류비용·환율 부담도 있는데요. 2022~2023년 글로벌 물류 대란의 여파가 일부 재료 단가에 장기적으로 반영됐습니다.
또 제과업계는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 공정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 받는 데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매장 인테리어·유지비까지 포함되기에 가격 반영이 불가피합니다. 소비자 트렌드도 변화했는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디자인·포장·스토리까지 포함한 ‘경험 상품’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졌죠.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은 가격만큼의 만족감이 있는지에 대해 점점 더 날카롭게 따지고 있는 중인데요.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이 시즌을 맞아 재출시한 ‘망고시루(망고케이크)’의 인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죠.
‘망고시루’는 생망고, 망고 콩포트, 제누와즈 시트가 층층이 쌓인 망고 폭탄 케이크인데요. 생망고를 아낌없이 얹은 가격이 4만3000원이라는 점도 모두를 흥분하게 했습니다.

근로자의 날부터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로 이어지는 연휴 동안 성심당 본점 케익부띠끄에는 ‘망고시루’ 오픈런이 이어졌는데요. 지하철역을 훌쩍 넘는 줄로 망고시루를 만나기 위해 무려 3시간을 기다렸다는 후기가 쏟아졌죠. 같은 날 출시한 ‘망고롤’도 화제가 되면서 두 제품 모두 1인 1개로 한정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독한 기다림이지만, ‘기다릴 만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더 우세인 것은 양과 맛, 가격까지 빠짐없이 챙긴 ‘넘치는 달콤함’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요. 비슷한 가성비로 코스트코 치즈케이크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이번 투썸플레이스 포장 논란은 양측의 의견이 극명히 나뉘지만, 케이크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혼재돼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래도 3시간의 기다림’도 감수하는 그 마음을 더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포장지 너머의 진심’까지 전달되는 케이크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