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검찰개혁, 사법개혁 그리고 헌법개정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검찰 개혁이든 사법 개혁이든 결국엔 헌법까지 개정해야 끝날 겁니다.”

최근 만난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이같이 전망했다. 사법 개혁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등 일부 법률 개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시도했지만, 시행령을 고쳐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 법률을 다시 개정해 검찰 수사권을 얼마든지 회복시킬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영장주의를 넘어 헌법에 검사 권한들을 열거해 검찰권을 제한하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어기면 검사 파면을 규정하는 등 헌법을 어긴 검찰권 행사에 관한 헌법상 처벌 조항을 두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을 두고 소모적인 정치 공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촉발된 사법 개혁은 당연히 헌법 개정 사항이다. 법원 역할과 법관 신분은 헌법에서 정하고 있다.

여태껏 사법 개혁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 역사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문민 정부까지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1988년 아홉 번째 개정으로 탄생한 제6공화국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헌법을 또 바꾸지 않고 사법 제도를 혁신하려 했다.

헌법을 바꾸지 않은 채 시도돼온 사법 개혁은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조선 시대 과거 급제로 소년 등과하는 권위주의 방식이던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이른바 미국식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해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한 것 외에는 이뤄진 게 생각만큼 많지 않다.

현재 정치권에서 들리는 개헌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얘기들이지만,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 구조를 개편하려면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 개혁안 역시 필수다.

현 사법 시스템이 효력을 다한 데다 한계마저 드러내면서 사법 질서가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과거엔 검찰이 기소만 해도 정치·사회적 논쟁이 끝나며 국민 여론이 정리됐으나 이제는 법원조차 신뢰하지 않으며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다.

“사법이란 ‘당사자 간 다툼을 어떻게 조정하고 해소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문제로 공정한 룰(법칙)이 중요합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공정 룰’을 새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지만, 한국 정치세력을 볼 때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양쪽 모두 균형을 잃어 손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법조계 고위직은 이렇게 우려했다. “서로가 자기한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당기려고만 들어 개헌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한탄했다.

반반씩 쪼개진 국론 분열을 보고 있노라면 10차 헌법 개정 과정에서 성별·연령·이념·출신지역 등 계층 간 극단적인 갈등이 파국을 맞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새 시대상을 반영한 일곱 번째 민주공화정 출범을 위해서는 ‘개헌’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다. ‘통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염치를 챙기려는 모습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존엄성은 기본권이 아니던가. 단순한 구호는 아니지 않나.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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