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방점…AI·반도체 중심 성장 정책 대폭 강화
반면 3년 전 기본소득·주택 공약 우선순위 밀려
증세·탈원전 입장도 3년 전 대비 달라질 가능성

21대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정책 공약을 ‘분배'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전체 정책 공약의 성장과 분배의 비율이 3년전 3:7에서 최근 7:3으로 뒤집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에서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를 핵심으로 내세우며 분배에 방점을 찍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과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7일 본지가 이 후보가 21대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정책 공약을 분석한 결과 주요 공약에서 ‘성장’과 ‘분배’ 키워드로 분류된 공약의 비율은 약 7:3으로 집계됐다.
이 후보가 낸 성장 관련 공약은 대표적으로 △AI 산업 육성 (100조 원 투자, 한국형 챗GPT 개발·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 조성) △반도체 특별법 제정 및 세제 혜택 확대 (초격차 반도체 국가 구축)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 육성 △코스피 5000시대 달성 (주식시장 활성화) △K-수도권 비전과 제4기 신도시 개발 △글로벌 K-콘텐츠 산업 육성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진입장벽 완화·용적률 상향)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완공 및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이 꼽힌다.
분배 관련 공약은 △아동수당 지급연령 18세로 확대 △사회적 기본권 보장 △공공의료 강화 및 국민 건강권 보호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위한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 등이다.
반면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가 낸 성장 관련 공약과 분배 관련 공약의 비율은 약 3:7을 기록했다. 당시 이 후보는 성장 관련 공약으로 △신경제, 세계 5강의 종합국력 달성 △미래인재 양성,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대전환 △문화강국 실현과 미디어 산업 혁신성장 △스마트 강군 건설 등을 냈다. 당시 분배 공약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 △경제적 기본권 보장과 청년기회국가 건설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균형발전 △돌봄국가책임제와 안전사회 실현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민주사회를 위한 정치와 사법개혁 △연 100만 원의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 추진 등으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권에선 정책 기조 변화폭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우고 세목 신설을 통한 증세 외쳤던 20대 때와 달리 기본소득, 기본주택, 토지보유세 등은 아직까지 명시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아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 후보는 농어촌 대상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기본소득의 구상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당에선 정책적 우선 순위에서 성장을 앞단에 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에서 내세운 '국립대 무상교육'과 '사립대 반값 등록금'도 전날 이 후보가 발표한 청년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밖에 문신 합법화, 산업단지 특별사법경찰법, 정치·사법 개혁 등 20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던 정책들도 현재까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감원전' 정책도 이번 대선 국면에서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 후보는 과거 '원전은 미친 짓'이라고 했으나 최근 "신규 원전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히며 입장을 일부 선회했다. 당에서도 이전에는 반대했던 '원전 수명 연장'을 조건부로 허용하고, '원전 비중 유지’등의 언급이 나온 상태다. 이 후보는 '감원전'이라는 용어 대신 '에너지 믹스'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세목 신설 등을 통한 '증세'에도 3년 전과 비교하면 신중 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과거 본인이 주장했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선 유튜브 등을 통해 "수용성이 떨어지고, 표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입장을 선회한 상태인 만큼 21대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반면 에너지 인프라 구축, 군 복무 혜택 강화, 가상자산 정책, 정년 연장 등이 공약으로 새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