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1호 될 순 없어"…증권·운용 내부통제 준비 ‘풀가동’ ['책임의 각인' 증권사 책무구조 上]②

대형 금투사, 7월 책무구조도 제출 ‘코앞’
'첫 제재' 공포감에 긴장 속 시범운영 한창
4월 중순까지 19개 증권사 참여
자산운용사도 제출기한 앞당겨

(사진= 미드저니)

증권가가 책무구조도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7월 대형 금융투자사와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책무구조도가 본격 도입될 예정이어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1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를 신청한 금융투자회사는 증권사 19곳과 자산운용 8곳으로, 총 27곳에 달한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7월까지 제출 기한이 한참 남았지만, 미리 제출한 곳들이 속속 등장한 셈이다. 증권가가 4월 사전 제출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7월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가 제재 사유가 발견되면, 이에 따른 규제와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4월부터 시범운영에 참여하면 금융당국의 정정 및 보완 사유를 듣고 수정할 수 있지만, 7월 공식 도입 때 참여했다 미흡하면 바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첫 제재 대상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제출을 일찍 한 경향도 있다”고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기간에 참여한 회사에 한해서는 관련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해당 기간에 내부통제 위반 사항 등이 발견돼도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증권가는 당국의 방침에 집중하면서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 외부 컨설팅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책무구조도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사내에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당국 방침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KB증권이 딜로이트안진과 법무법인 김앤장, NH투자증권이 법무법인 김앤장, 미래에셋증권이 삼일PwC와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책무구조도 준비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자산운용사도 4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며 제출 기한을 앞당긴 경우가 많다. 다만 ‘이·마·코’(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운용)로 불리는 주요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 곳은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내년 제출 대상인 경우가 많아서다. 금융투자업계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증권사와 운용자산 20조 원 이상의 운용사는 올해 7월까지, 그 외는 오는 2026년 7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마·코 중 올해 제출 대상은 이지스자산운용 한 곳이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딜로이트안진 컨설팅을 받아 7월 제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12월 책무구조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현재는 준법·경영·정보기술(IT) 관련 부서들이 함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스턴자산운용은 내년 7월까지 제출하면 되지만, 내년 3월 이전에 미리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지난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최윤곤 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장을 내부통제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이미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물론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둔 증권가가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증권업 특성상 조직 개편이 잦아 책무 변경 때마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를 변경하려면 의사회 의결을 받아 7일 안에 제출해야 한다”며 “은행이나 금융지주처럼 책무 관리팀을 신설하거나 TF가 구성돼도 조직 변동이 잦을 때는 상당히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중소형 증권·운용사로 확대 적용할 때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년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할 금융투자업자는 900개가 넘지만, 이들이 책무구조도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과 자금은 대형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커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당장 회사를 운영하기도 힘겨운 상황에 책무구조도를 위해 조직문화를 바꿀 정도의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질적인 개선보다 형식적 제출에 의의를 두게 되고, 결국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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